LIFESTYLE 교토, 오사카에 번지는 현대미술의 물결

찬란한 역사와 문화유산 위에 현대미술과 디자인을 입히려는 교토와 오사카. 지속 가능한 문화 발전을 모색하고 있는 두 도시의 변화를 살펴본다.

2025.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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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컬래버레이션 교토 아트페어 특별전, <보스코 소디&이즈미 카토>전, 양족원. Installation view at Ryosokuin Zen Temple, Kyoto, Japan. Photo: Mitsuru Wakabayashi. Courtesy of Executive Committee ©︎2024 Bosco Sodi, ©2024 Izumi Kato 

 

1 교토 근대미술관(The National Museum of Modern Art, Kyoto), <Love Fashion: In Search of Myself> 전시 장면(2024). 실비 플레리, 피팅 룸, 2023 Sylvie Fleury, Fitting Room, 2023, Metallic structure, fabric. ©Sylvie Fleury Courtesy of the artist and Spru¨th Magers. 2 교세라 미술관, 다카시 무라카미 개인전 <Mononoke Kyoto> (2024) 중 옥외 가든에 전시된 대형 조각. 

 

못을 하나도 사용하지 않은 목조 건축의 정수를 보여주는 청수사, 오로지 돌과 자갈로 물과 섬을 표현한 료안지, 금박 기술의 최고봉을 볼 수 있는 금각사, 일본 통일의 역사가 펼쳐진 오사카성, 운하 주변으로 화려한 상점가가 펼쳐지는 도톤보리, 이루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이유로 교토와 오사카는 연중 내내 관광객으로 붐비는 곳이다. 그러나 바로 그 이유로, 가장 역사적인 두 도시에서 오히려 현대적인 예술과 문화 요소는 찾아볼 수 없는 아이러니가 펼쳐지기도 한다. 그 문제를 뼈아프게 받아들인 두 도시가 대대적으로 개선에 나선 이유다. 지금 이 두 도시는 빠르게 현대미술과 디자인을 받아들이며, 특화된 고부가가치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아름다운 고궁을 보고 오코노미야키를 먹기 위해 교토와 오사카를 찾았다면, 이제는 미술관에서 유적지까지, 곳곳에서 펼쳐지는 다채로운 미술 전시회를 보기 위해 떠나야 할 때다.  

 

 

 

3, 4 교토시 교세라 미술관 Photo: Koroda Takeru, courtesy of Kyoto City KYOCERA Museum of Art 5 교토 근대미술관(The National Museum of Modern Art, Kyoto), <Love Fashion: In Search of Myself> 전시 장면(2024). Nami Yokoyama, LOVE, 2018, Toyota Municipal Museum of Art. ©Yokoyama Nami, 2024. 6 교토 근대미술관(The National Museum of Modern Art, Kyoto), <Love Fashion: In Search of Myself> 전시 장면(2024). Yoshio Kubo, Spring/Summer 2023 ©The Kyoto Costume Institute 7 교토 료안지.   

 

 

교토 미술관의 변화 

구체적인 변화는 ‘교토시 교세라 미술관’에서부터 시작되었다. 1933년 교토의 현대적 변화를 대표하는 문화 기관으로서 설립된 이곳은, 거대한 위용을 뽐내며 양 날개로 이루어진 두 개의 현대적 건물 위에 왕관처럼 일본 전통 건축의 기와 천장을 덮는 ‘제국주의’ 스타일로 지어졌다. 1955년에는 루브르 박물관 순회 전시회에서 프랑스 미술품을 해외에서는 처음으로 선보이는 대규모 국제 전시회가 열렸으며, 1964년에는 루브르 박물관 소장품인 밀로의 비너스가 전시되어 89만 명의 관람객을 모으기도 했다. 이처럼 여러 블록버스터급 미술 전시회와 일본 회화, 공예 등을 두루 소개해왔으나, 개관 80주년을 맞이한 2014년, 미술관 위상에 대한 반성의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90년이 넘은 공간의 리노베이션도 절실했다. 2015년 설계 공모에서 당선된 준 아오키(Jun Aoki)와 테조 니시자와(Tezzo Nishizawa)는 건축의 외관은 거의 건드리지 않은 채, 내부 공간의 리노베이션 및 미술관 뒤편으로 신관 건축을 지어 확장하는 안을 제안해 미술관의 현대화를 꾀했다. 특히 미술관 정면을 마주 보는 곳 지하에 유리로 마감하여 ‘유리리본’이라 불리는 공간을 만들어 전통 건축물의 웅장함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방면에서 미술관에 입장할 수 있는 입구 및 카페와 아트숍, 현대미술가들의 전시 공간을 구성하였다. 이는 루브르 미술관 뜰에 유리 피라미드를 조성하여 입장 동선의 효율화와 서비스 공간을 확보한 이오밍 페이의 프로젝트에 견줄 만한 변화다. 
그런데 이와 같은 대대적인 변화를 수행하려면 천문학적 예산이 필요하다. 교토시는 ‘경영의 신’이라 불리며 한국 내에도 유명한 경영자, 이나모리 가즈오가 1959년 교토에 설립한 ‘교세라 그룹’의 협력을 얻어 50년 동안 ‘교토시 교세라 미술관’이라는 이름을 사용한다는 조건으로 50억 엔(약 450억원)의 후원금을 유치했다. 2020년 5월, 리노베이션 이후 열린 첫 전시회는 일본을 대표하는 현대미술 작가, 히로시 스기모토(Hiroshi Sugimoto)의 개인전이었다. 미술관 뒤편에 신관, ‘히가시야마 큐브’를 마련하며 열린 첫 전시로 앞으로 펼쳐질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기도 했다. 수 년에 걸쳐 교토를 자주 방문하며, 특히 산주산겐도(렌겐오인)의 1001개 불상을 카메라에 담기도 했던 작가는 교토의 사원에서 영감을 받은 새로운 작품을 선보였다. 이어 2023년에는 개관 90주년을 기념해 다카시 무라카미의 개인전이 개최되었다. 작가는 에도 시대의 회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신작을 선보였는데, 특히 교토의 전통 기온 축제를 그린 10m 너비의 대작이 대표적이다. 미술관 뒤뜰 연못에는 대형 조각 작품까지 설치됐고, 작가의 유명세와 함께 이 전시는 일반 관광으로 교토를 찾은 이들도 교세라 미술관까지 발걸음을 유도하는 기폭제가 되었다. 곧 도래할 2033년, 100주년을 위해서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지 궁금해지는 미술관이 아닐 수 없다.

 

 

 

1 교토 근대미술관 내부 ©The National Museum of Modern Art, Kyoto 2 교토 근대미술관(The National Museum of Modern Art, Kyoto), <Love Fashion: In Search of Myself> 전시(2024) 출품 작품, Balenciaga, Winter 1951. ©The Kyoto Costume Institute, photo by Takashi Hatakeyama. 3 교토 근대미술관(The National Museum of Modern Art, Kyoto), <Love Fashion: In Search of Myself> 전시 장면(2024). Rei Kawakubo ©The Kyoto Costume Institute, photo by Takashi Hatakeyama. 

 

 

아트 컬래버레이션 교토

이와 같은 변화에 힘을 더한 것은 2021년 시작된 아트페어, ‘아트 컬래버레이션 교토(Art Collaboration Kyoto)’이다. 여러 도시에서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 아트페어가 천편일률적인 방식으로 피로감을 더하고 있는 데 반해, 이곳은 일본의 갤러리와 해외의 갤러리가 짝을 지어 하나의 부스를 구성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참신함을 더했다. 아트페어 부스 디자인도 환경을 고려하여 해체 가능한 나무 패널 형식을 취했으며, 바둑판 형식이 아니라 마을 곳곳 골목길을 다니며 관람하는 형식을 도입했다. 이와 같은 낯설고 새로운 방식은 아직 소규모 아트페어임에도 이름 있는 갤러리의 참여를 끌어내기는 했지만, 참여 갤러리의 유명세에 비해 신진 작가를 내보내는 시험 무대 같은 성격도 띠기는 했다. 작품 가격대도 몇십만원부터 몇천만원대로 접근성이 높은 편이며, 관객도 대부분 컬렉터보다는 작가나 갤러리스트, 기자 등 미술 관계자가 더 많아 보였다. 이런 편안한 분위기는 이 아트페어의 차별점일 수도 있지만, 여느 프로페셔널 아트페어에 비해 친목 위주의 행사로 보이는 한계점이 될 수도 있을 듯하다. 
한편 아트페어에 참여한 유명 작가들이 선택한 장소는 행사장 내부보다는 외부, 천년 역사를 지닌 교토시의 독보적인 유적지였다. 양족원에서는 멕시코 작가 보스코 소디와 일본 작가 이즈미 카토의 전시가, 무린안 정원에서는 스웨덴 작가 안드레아스 에릭슨의 특별 전시가 개최되었는데, 대부분 아트페어 기간 중 짧게 열려 실제로 전시를 본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작가에게는 의미 있는 전시 기록을 남길 수 있는 더없는 기회였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교토에서 유명한 것은 갤러리나 미술관보다는 미술학교다. 일찍이 수많은 일본 화가를 배출해왔으며, 근래에는 코헤이 나와(Kohei Nawa), 다츠오 미야지마(Tatsuo Miyajima) 등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작가들이 교토미술대학에서 교편을 잡았다. 현재 교토 교세라 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전시회도 교토미술대학 이전을 기념하며 그동안 배출해온 역대 작가들을 주목하는 전시회 <거장들의 배움터: 일본화 명작은 이렇게 탄생했다>이다. 

 

 

 

4, 6 아트 컬래버레이션 교토 입구와 내부 ©ACK 5 <보스코 소디&이즈미 카토>전,  양족원. 

 


55년 만의 기회, 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

또 다른 움직임은 오사카에서 확연하다. 2025년 오사카-간사이 엑스포 개최를 앞두고 인공섬 유메시마에 세계적인 건축가의 파빌리온이 지어지고 있다. 오사카는 1970년 엑스포를 개최하며 일본의 선진 문명을 이끈 도시인 만큼, 55년 만에 다시 열리는 엑스포는 여러모로 특별할 수밖에 없다. 일본 근대화를 견인한 개항 도시답게 오사카시는 일찍부터 현대미술관을 짓겠다는 야심을 품고 있었다. 1983년 미술관 준비위원회가 설립되었고, 무려 6,000여 점의 컬렉션을 모았다. 오사카 출신의 사업가 하츠지로 야마모토가 모은 방대한 미술품을 시에 기증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미술관 설립은 경기 침체기를 거치며 장기간 보류 끝에 2022년 2월 드디어 개관하였으며, 나카노시마 공원에 자리해 미술관 이름도 공원 이름을 붙여 지었다. 방대한 컬렉션을 바탕으로 현재 나카노시마 미술관에서는 오사카 미술관 소장품, 도쿄 현대미술관 소장품, 파리 시립미술관 소장품을 더한 TRIO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모딜리아니를 비롯하여, 라울 뒤피, 르네 마그리트, 알렉산더 칼더 등 소장 작가들의 목록이 예사롭지 않다. 또한 오사카 출신으로 2015년 베니스 비엔날레 일본관의 대표 작가이자,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작가, 치하루 시오타의 대규모 회고전도 동시에 개최 중이다. 

 

 

 

7, 10 오사카 나카노시마 미술관, 건축: Katsuhiko Endo ©Nakanoshima Museum of Art, Osaka 8 오사카 나카노시마 미술관, 치하루 시오타 <I to Eye> 전시 장면 (2024) 9 교토 근대미술관(The National Museum of Modern Art, Kyoto), <Love Fashion: In Search of Myself>(2024) 출품작. Waistcoat, c. 1790. ©The Kyoto Costume Institute, photo by Yuki Moriya.
 

교토 근대미술관(The National Museum of Modern Art, Kyoto), <Love Fashion: In Search of Myself> (2024) 출품작. Viktor&Rolf, Dress, Spring/Summer 2005. ©The Kyoto Costume Institute, photo by Takashi Hatakeyama.

 

일본, 아트 투어의 명소

일본에는 약 5,000개의 미술관이 있다고 한다. 대부분 수도인 도쿄에 집중되어 있지만, 변두리 지역임에도 미술관을 통해 이름을 알리고 관광객을 끌어 모은 나오시마나 가나자와 같은 곳도 있다. 이런 곳들에 비하면 교토와 오사카는 굳이 미술관까지 짓지 않아도 이미 충분한 문화유산과 끊이지 않는 관광객으로 몸살을 앓는 곳이었으리라. 그러나 먼 훗날을 생각해보면, 과거의 문화를 소비하는 도시가 아니라, 현시대에 맞는 새로운 창작이 끊임없이 이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예기치 못한 팬데믹으로 세계가 잠시 멈춘 2년의 시간도 생각을 전환하고 구체화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일본 정부는 점점 커져가는 현대미술과 디자인의 영향력을 도시 개발과 관광산업으로 연결시키기 위해, 2023년 문화청을 도쿄에서 교토로 이전시켰다. 이미 풍부한 문화유산을 보유한 교토를 문화행정의 중심지로 삼아, 오늘날의 예술과 문화까지 아우르는 방향으로 발전시키겠다는 포부다. 또한 아트페어 기간 미술품 부가세 유예기간을 주거나, 현대미술품을 상속세 납세 유예 대상에 포함시키는 등 일본 문화청, 관광청, 시 당국의 후원도 뒤따르고 있다. 2025년에는 엑스포 기간인 4월부터 10월 사이 교토와 오사카에 들러, 봄에는 아름다운 벚꽃을, 여름에는 온갖 축제를, 가을에는 고운 단풍을 즐기며, 새롭게 펼쳐질 여러 전시를 살펴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그동안 알았던 뻔한 일본이 아니라, 새롭게 거듭난 일본이 보일 것이다.   

 

art columnist KIM YOUNGAE(이안아트컨설팅 대표)

 

이안아트컨설팅은 교토, 도쿄, 나오시마, 가나자와, 아오모리 등 일본 곳곳의 미술관을 방문하는 아트투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관광지가 아닌, 테마 콘텐츠에 맞는 숨겨진 명소를 찾아가는 여행입니다. 전 일정 김영애 대표의 전문 해설과 함께 차원이 다른 경험을 선사하고 있으며, 2025년에도 아트투어가 진행됩니다. 자세한 일정 및 문의는 인스타그램 @ian_art_consulting 및 010-7219-7714로 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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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김영애PHOT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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