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뉴욕 패션위크는 그 어느 때보다 프런트로를 채운 셀럽의 라인업이 화려했다. 햄튼에서 열린 랄프 로렌 쇼에는 어셔, 톰 히들스턴을 비롯해 질 바이든 여사가 참석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알라이아 쇼가 열린 구겐하임 미술관과 오프화이트 쇼가 진행된 브루클린 워터프런트 농구장 앞은 바다 건너 뉴욕에 상륙한 두 쟁쟁한 패션 하우스를 응원하러 온 셀러브리티들과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프라발 구룽은 화이트 드레스를 입은 모델들을 내세워 맨해튼 도심에서 인상적인 피날레 장면을 펼쳤다.
올해 40주년을 맞은 런던 패션위크는 그간 침체되었던 분위기를 재정비하고 새로운 도약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넨시 도자카, 마르케스 알메이다가 다시 패션위크 캘린더에 이름을 올렸고, 해리스 리드, 시몬 로샤, KNWLS 등 대중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컬렉션들이 흥미를 유발했다. 굳건하게 런던을 지키고 있는 JW 앤더슨은 제한적인 소재만으로 과장된 장식과 실루엣을 연출해 럭셔리 패션계의 현 상황을 풍자했다. 런던 패션위크의 대미를 장식한 버버리 쇼에서는 브랜드의 미래에 대한 다니엘 리의 깊은 고민이 읽혔다. 기발한 아이디어보다는 하우스의 헤리티지를 가볍고 실용적으로 풀어낸 당장 입고 싶은 룩이 가득했으니까.

밀란 패션위크의 시작을 알린 건 내년 100주년을 앞둔 펜디의 런웨이. 아티스틱 디렉터 킴 존스의 마지막 무대가 된 이번 컬렉션에서는 레디투웨어와 쿠튀르 디테일을 결합해 매우 세련된 ‘로마 여성 100년’을 조명했다. 구찌의 사바토 데 사르노는 1960년대를 재해석한 세 번째 컬렉션으로 호평을 끌어냈고, 프라다 역시 라프 시몬스 특유의 컬러감과 외계인을 연상시키는 유니크한 선글라스로 인상적인 컬렉션을 선보였다. 보테가 베네타는 쇼장을 경이롭고 즐거움이 가득한 세상으로 꾸미고서 신선한 쇼를 펼쳤다. 60마리의 동물 모양 빈백을 관객석에 배치해 편안하면서도 유쾌한 경험을 선사한 것. 디젤은 1만4800kg에 달하는 데님 자투리로 무대를 채워 순환과 지속 가능성이라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글렌 마틴스의 메시지를 전했고, 토즈는 거대한 두 손이 레더 밴드를 잡고 있는 로렌초 퀸의 작품을 무대에 올려 ‘장인들의 지식과 그들의 두 손’에 경의를 표했다. 영원한 디바 ‘마돈나’를 주제로 그의 상징과도 같은 콘브라를 전면에 내세운 돌체앤가바나의 컬렉션도 화제가 됐다.
파리 패션위크에서 가장 큰 기대와 관심을 모은 쇼는 단연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발렌티노 데뷔 무대! 예상한 대로 디테일이 풍부한 ‘미켈레 그 자체’인 쇼였는데, 1970년대 빈티지에서 영감 받은 룩들이 공개되자 패션 호사가들의 뜨거운 반응이 SNS를 뒤덮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자리를 공석으로 비워둔 채 새로운 시즌을 맞은 샤넬과 드리스 반 노튼이 어떤 컬렉션을 보여줄지도 궁금증을 자아냈다. 각각의 디자인 스튜디오는 아카이브의 아이코닉 코드를 충실히 반영한 안정적인 룩을 소개하며 빈자리를 메웠다. 션 맥기르와 셰미나 카말리는 각각 알렉산더 맥퀸과 끌로에서의 성공적인 두 번째 시즌을 이어갔다. 루이 비통은 트렁크를 가득 쌓은 무대 위에서 런웨이를 펼쳤고, 생 로랑은 파워숄더 재킷을, 미우미우는 마이크로 쇼츠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한편, 코페르니는 파리 디즈니랜드를 통째로 빌려 주목받았다. 신데렐라 성을 배경으로 동화 같은 상상력과 쿨한 애티튜드가 어우러진 룩이 연이어 등장했고, 화려한 불꽃놀이까지 더해져 축제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런웨이 밖에서 벌어진 이벤트도 패션위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크리스티앙 루부탱은 파리의 몰리토르 수영장에서 데이비드 라샤펠 감독과 안무가 블랑카 리가 연출한 싱크로나이즈 댄스 공연을 펼쳤고, 골든구스는 연극과 패션쇼가 결합된 퍼포먼스로 브랜드의 핵심 가치인 커뮤니티, 독창성, 표현의 자유 등을 천명했다. 그 외에 델보, 로저 비비에 등 다양한 액세서리 브랜드의 감각적인 프레젠테이션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내로라하는 디자이너들의 퇴임과 이적 소식이 끊임없이 들려오고 있는 패션계. 끊임없이 변화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패션 하우스의 노고 덕에 이번 시즌 패션먼스도 볼거리가 가득했다. 새 컬렉션을 보고 있노라니 벌써 따뜻한 봄이 기다려진다.
더네이버, 패션, 패션위크
EDITOR : 최신영PHOTO : Launchmetrics/spot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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