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한 입의 폭발력, 아뮈즈 부슈

프랑스어 아뮈즈(amuse)와 부슈(bouche)의 합성어인 ‘아뮈즈 부슈’는 직역하면 ‘입을 즐겁게 하는 것’을 뜻한다. 다이닝 코스의 첫 순서인 한 입 크기 전채 요리로, 손으로 집어 한 번에 맛보면 된다. 코스를 시작하는 요리인 만큼 입맛을 돋우고 기대감을 높이는 역할을 하므로, 섬세한 디자인과 미각을 깨우는 조화로운 맛이 중요하다. 여기 레스토랑 5곳의 아뮈즈 부슈와 셰프들이 간직한 아뮈즈 부슈의 기억을 소개한다. 한 입 맛보고 눈이 번쩍 뜨였다면, 이날의 식사는 순조롭게 출발한 셈이다.

2024.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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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bam 

‘즐기는 한 입 거리’라는 의미에 걸맞게 부담 없이 솔밤의 공간에 몰입할 수 있도록 설계한 아뮈즈 부슈. 선물 상자를 열면 유리병 속 ‘묵은지 한치 무침’과 페레로로쉐 초콜릿에서 착안한 ‘닭간 무스’가 등장한다. 들기름 향 솔솔 나는 날한치와 묵은지 무침으로 입맛을 돋운 뒤, 머랭 쿠키와 녹진한 닭간 무스, 바삭한 아몬드의 조화를 느끼는 순서다. 이어서 나오는 ‘단새우 캐비아’는 크림치즈 바바루아 소스에 단새우와 다우리쿠스 캐비아를 올리고 딜 오일로 마무리했다. 해산물의 부드럽고 짙은 향을 딜 오일이 깔끔하게 씻어낸다.

 

“김부각을 종이학으로 접어 표현한 ‘이타닉 가든’의 아뮈즈 부슈가 오래 기억에 남는다. 요리에 대해 대화 나누며 아이스 브레이킹을 하고 요리에 자연스럽게 집중하도록 이끌었다.” _ 엄태준 셰프

 

 

 

 

Olh Eum 

밤 수프와 세 가지 바이트가 옳음의 아뮈즈 부슈다. 가장 먼저 옥광밤을 갈아 밤 가루와 잣으로 장식한 수프를 마신다. 이어서 랍스터와 생선 살을 튀긴 ‘멘보샤’, 참깨 소스와 무청 김치 위에 메밀묵과 김 퓌레, 감태 파우더를 쌓은 ‘메밀묵 타르트’, 마지막으로 배간장 젤리로 맛을 낸 ‘스트라치아텔라 치즈 타르트’ 순으로 먹으면 된다. 빈속에도 부담 없도록 부드럽고 입맛을 돋우는 요리를 배치하며, 디테일과 색감이 돋보이는 플레이팅으로 호기심을 유도하고 기대감을 높일 수 있게 표현했다. 

 

“파리의 레스토랑 ‘알랭 뒤카스’에서는 아뮈즈 부슈로 두 가지 타르트가 함께 나왔다. 그중 토마토와 신선한 과일을 활용한 타르트는 아몬드, 그라운드 아이비가 조화를 이뤄 상큼하게 입맛을 돋우고 입안을 싱그러움으로 채웠다.” _ 서호영 셰프

 

 

 

 

Myungbodang 

명보당은 네 가지 아뮈즈 부슈를 각각의 큰 플레이트에 서비스한다. 먼저 상큼하게 절인 비트에 베이컨 파우더를 뿌린 ‘비트 타르트’로 입맛을 돋우고, 로메스코 소스에 버무린 관자로 채운 ‘케일 칩’을 맛보며 다양한 풍미를 즐길 것. 네 번째 순서인 ‘트러플’은 발효 양송이 크림을 트러플 셸로 감싸고 생트러플을 듬뿍 올려 깊고 풍부한 맛과 향을 선사하는 시그너처 메뉴다. 코스 초입에서 레스토랑을 소개하는 디시이므로, 단맛, 짠맛, 신맛의 균형을 가장 중시한다.

 

“‘셰프스 테이블 앳 브루클린 페어’에서 세자르 라미레즈 셰프와 일하던 시절 서비스했던 전갱이 타르트가 떠오른다. 전갱이의 기름지고 고소한 맛과 흰살 생선 퓌레의 담백함에 새콤함과 짭조름함이 더해져, 씹을수록 생선의 고소함과 다른 요소가 어우러졌다.” _ 임현주 셰프

 

 

 

 

Y’east 

강렬한 첫인상, 그리고 셰프의 의도를 한 입에 전달할 수 있는 아뮈즈 부슈를 위해 개발을 거듭한 결과물이 이스트의 현재 메뉴다. 동양 음식 문화를 전달하는 곳인 만큼 아시아의 다채로운 풍미가 돋보인다. ‘청어’는 일본의 회무침 나메로를 한국적으로 재해석했다. 청어회와 피클, 직접 숙성한 라르도를 된장 소스에 무친 뒤 김 크래커로 감쌌다. 두 번째 한 입 거리 ‘육회’는 강한 중국 향신료를 접목했는데, 수제 마요네즈 소스와 칠리오일에 버무린 한우 육회 타르타르 위에 유바 칩을 올려 완성했다. 중국의 지단빙처럼 얇은 피에 싸 먹는 요리다.

 

“비요른 프란첸 셰프의 싱가포르 레스토랑 ‘젠’을 2022년 가을 방문했다. 일식을 접목한 뉴노르딕 퀴진을 선보이는 곳이다. 게살과 사과 조림을 채운 사과 군함마키는 세심하고 완성도 높은 아뮈즈 부슈였다. 무엇보다 유럽의 맛에 와사비로 포인트를 더해 레스토랑이 추구하는 요리의 결을 선명하게 각인시켰다.” _ 조영동 셰프

 

 

 

 

Flux 

플럭스의 ‘작은 한 입들’은 한국적 맛의 근간인 된장, 간장, 고추장을 순서대로 활용했다. ‘단새우’는 된장, 마요네즈, 청양고추 겔 소스 위에 단새우 타르타르와 캐비아를 올리고 방앗잎과 갓순으로 장식한 타르트다. ‘전복만두’는 전복과 돼지고기 소를 채운 보만두로, 장어 뼈를 우린 간장 소스가 맛의 포인트 역할을 한다. ‘고추장 시가 롤’은 김치부침개에서 착안했다. 들기름에 무친 오징어와 홍합을 고추장전으로 감싸 돌돌 말고, 초고추장겔과 유자 겔을 차례로 올렸다. 한국인에게 익숙한 장맛을 색다르게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싱가포르의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 ‘레자미’에는 캐비아와 트러플, 시소 잎을 올린 시그너처 콜드 파스타 메뉴가 있다. 2022년 방문했을 때 놀랍게도 그 파스타가 아뮈즈 부슈로 등장했다. 세바스티앙 레피누아 셰프는 클래식한 프렌치 요리의 대가지만 동시에 싱가포르의 아시아 식재료를 흡수했다. 시오콘부의 감칠맛과 시소, 트러플이 완전한 조화를 이루는 파스타는 프렌치 요리의 뼈대를 지키는 동시에, 레스토랑이 위치한 지역에 대한 존중을 느낄 수 있는 한 입이었다.” _ 장진모 셰프

 

 

 

 

 

 

 

더네이버, 라이프스타일, 다이닝

 

CREDIT

EDITOR : 박지형PHOTO : 강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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