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길 앞에 선 송소희는 그 사이를 거침없이 넘나들며 활보한다. 그의 ‘갈 지(之)’자 걸음은 그래서 더 흥미롭다.
2024.11.26
블랙 더블브레스트 재킷, 팬츠 모두 PATOU. 화이트 셔츠 TOD’S. 블랙 부츠 GIUSEPPE ZANOTTI.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첫 단독 공연 <풍류>가 12월 1일 열린다. 공연을 앞둔 기분이 어떠한가?
지난여름 자작곡을 ‘여우락 페스티벌’ 무대에서 처음 선보였는데, 그때 느낀 감정이 색달랐다. 그 기분을 다시 느낄 생각을 하니 기대가 크다. 새로운 모습을 기대할 관객의 반응도 궁금하다.
국악이 아닌 현대음악으로 처음 무대에 올랐을 때 어땠나?
국악에 뿌리를 둔 무대에서는 절제에 중심을 뒀다. 하지만 자작곡 무대에서는 제약을 두지 않고 끌리는 대로 본능에 따른다. 수많은 무대에 섰지만, 페스티벌 무대에서 ‘내게 이런 모습이 있었구나’, ‘이런 것을 표현할 수 있구나’ 나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다. 앞으로도 무대에서 새로운 나를 더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꼭 필요한 무대와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공연 이전에 음반을 발매하고 뮤직비디오를 공개했지만 무대라는 장소는 특별한가 보다.
주위의 싱어송라이터들이 말하길, 음악을 만든 뒤 무대에 서야 음악이 완성된다고 했다. 이전에는 그런 기분을 느낄 수 없었다. 그러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 손으로 만든 음악을 무대에서 오롯이 표현했을 때 음악이 비로소 완성됐구나, 느꼈다. 기존에 해오던 음악과 결이 다르니 막상 무대에서 어색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깊이 몰입되고 표현하기도 수월했다.

블랙 스카프 블라우스, 비대칭 스커트 모두 COS. 버건디 니하이 부츠 GIUSEPPE ZANOTTI. 글러브, 이어링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경기민요 아티스트이자 현대음악 싱어송라이터의 길을 ‘나란히’ 가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다. 어떠한 의지의 표명처럼 느껴지는데.
사실 글이나 말로 많이 표현하고 싶지 않다. 다만 한 장르를 해온 시간이 길고 아직 새 음악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니 최소한의 친절한 장치가 필요하겠다고 생각했다. 어떤 방향에 비중을 둘지 고민한 시기가 있었는데 의미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나란히 걷고 싶다. 둘 사이 무게중심의 추가 자연스럽게 맞춰지리라는 확신이 점점 든다. 고전적인 음악과 정답에서 벗어난 음악을 동시에 하는 동안 두 길이 선의의 경쟁을 하는 듯하다.
장르를 전환하는 게 어렵지는 않나?
처음에는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금방 익숙해졌고, 그래서 더 재미있다. 무대에 서는 것도 일종의 연기라 새로운 대본을 받은 것처럼 몰입하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다.
‘세상은 요지경’은 곡 분위기를 살리고자 재녹음했다고.
곡을 만들 때 생각한 무드는 몽롱하고 어지러우면서 단단함이 느껴지는 보컬이었다. 막상 완성된 녹음본을 들어보니 맛이 덜하더라. 그래서 조금 더 내려놓고 다시 녹음했다. 녹음할 때 치밀하게 연구하는 편이라, 음절 하나하나를 해부하고 어떤 발음과 톤이 어울릴지 계산했다. 처음 버전이 정직했다면 수정을 통해 처음 상상했던 무드가 나왔다.
드래그 아티스트 모어가 출연한 뮤직비디오도 인상적이다. 어떻게 협업하게 됐나?
원하는 무드를 뮤직비디오에 미니멀하게 담으면서 임팩트 있게 곡을 표현할 방법에 대해 소속사와 논의했다. 그러다 알고리즘 덕에 모어 님 영상을 봤고 팀원 모두 홀딱 반한 거다. ‘이분이다!’ 싶어 바로 연락을 드렸다.

그레이 레더 블레이저 MICHAEL Michael Kors. 페이즐리 셔츠 드레스 Golden Goose. 캐멀 스웨이드 부츠 MICHAEL Michael Kors.
록 사운드의 ‘인포데믹스’, 디스코풍의 ‘세상은 요지경’에 이어 EP <공중무용>은 일렉트로 팝으로 풀어냈다.
신시사이저로 곡 만드는 재미를 느끼면서 기계를 활용해 민속적인 무드와 팝적인 사운드가 혼합된 앨범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다만 음악을 만들 때 국악을 의식하진 않지만, 자연스럽게 나만의 멜로디 라인과 톤이 나온다. 그것을 듣기 편안한 팝 사운드로 감싸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해외에서는 민속음악가들이 팝적인 앨범을 많이 내지 않나. 나도 한국의 그런 가수가 되고 싶다.
전자음에서 어떤 매력을 발견했나?
예전부터 여러 장르의 음악을 라이브 밴드로 경험한지라 실제 악기는 크게 새롭지 않았다. 그런 반면 나와 반대 지점에 있는 소리가 전자음이라 생각했다. 직접 소화하는 게 의미 있을 것 같았고. 동시에 컴퓨터로 무수한 악기 소리를 쌓으며 흥미를 느꼈다. 하지만 계속 전자 사운드 음악만 발표하진 않을 것이다. 내 안에서 나오는 대로 자유롭게 만들고 싶다.
특유의 음색 때문인지 고음부로 매끄럽게 넘어가는 부분이 전자음처럼 들리기도 해 흥미로웠다. 목소리도 악기로 볼 때 보컬과 전자음의 균형이 중요하겠다.
목소리는 직접 조절할 수 있으니 선택적으로 곡에 활용한다. 그런데 자칫 잘못하면 촌스럽게 들리기도 하고 어떨 때는 나만의 색을 잃어 밋밋하게 느껴진다. 곡에 맞는 적절한 균형을 찾는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 곡이 아무리 잘 나와도 토핑처럼 얹는 내 목소리가 어울리지 않으면 결국 그 곡을 버리게 되더라. 아직 시행착오를 겪으며 완성해가는 단계이니 계속 배우면서 다음 앨범을 기대하고 있다.

‘세상은 요지경’을 만들 때 요지경이 있는 상자를 떠올렸다고 언급했고, <공중무용>의 네 곡은 각각 들, 사막, 바다, 숲을 배경으로 설정했다. 곡 작업은 특정 이미지에서 출발하나?
그런 경우가 많았다. 나는 영감이 마구 떠오르는 천재형이 아니다. 그래서 어떤 상황 속에 나를 던져놓는다. 몽환적이고 슬픈 곡을 만들고 싶다면 그런 영상과 사진을 보거나 책을 찾아 읽는 식으로 감정을 자극한다. 어떤 주제가 떠오르면 어울리는 멜로디 라인을 흥얼거리며 다듬어나갔다.
곡을 만들다 막힐 때는 어떻게 하나?
그날 바로 접는다. 그러고는 다음 날 한다. 다음 날도 안 되면 또 바로 접는다. 다시 그다음 날 하는 거다. 그게 유일하게 도움이 되는 방법이더라. 내게는 두 가지 장르가 있으니 어느 한쪽이 잘 안 풀리면 다른 쪽으로 넘어가 진득하게 빠지곤 한다.
영어 가사 없는 노래가 드문 시대에 <공중무용>의 노랫말이 모두 한국어인 점이 인상적이다.
음악을 만들 때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언어다. 가사에 따라 발성이 다르고 노래의 맛이 좌우되는데, 자작곡을 직접 불러보니 영어 가사는 다소 이질적이었다. 선택의 여지가 많이 없었달까. 나의 발성이나 사용하는 멜로디 라인은 한국어와 결합할 때 시너지를 일으킨다. 다만 그 점을 깨뜨리고 싶어 시도한 곡이 ‘인포데믹스’다. 의도적으로 ‘인포데믹스’라는 영어 단어를 활용했을 때 멜로디와 크게 이질감이 없어 안도했다.

버건디 롱 코트, 시스루 드레스, 깃털 슈즈 모두 FERRAGAMO.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음악 스타일이 있다면?
민속음악을 오래 해서 그런지 세계의 민속 사운드를 들으면 마음이 움직인다. 다른 나라의 민속악기를 적절히 섞어 궁극적으로 듣기 좋은 음악을 만들고 싶다. 동시에 앞으로는 더 많은 대중을 고려하면서 내가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재미있게 풀어나가려 한다.
꾸준히 곡을 발표하면서 영역을 확장해왔다. 성실함의 원동력은 무엇인가?
일상의 균형을 아주 중요히 여긴다. 매일 작업실에 가지만 일상이 붕괴될 정도로 일을 하진 않는다. 균형을 맞추다 보면 계속해서 환기되고 지칠 틈이 없어 일도 꾸준하게 할 수 있다. 최근에는 방송 출연도 줄였다. 밖으로 보이는 것보다 혼자 조용히 쌓아가다 하나씩 공개하는 게 더 재미있다. 요즘 왜 조용히 지내냐고 묻지만 사실 굉장히 시끄럽게 치열하고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작년 인터뷰에서 2024년 여름이 오기 전에 EP를 내고, 해가 가기 전 공연을 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예정대로 착착 진행되었는데, 내년은 어떻게 보낼 예정인가?
워낙 계획적인 스타일이다. 하지만 이런 프로젝트는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예정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그 말을 듣고 올해가 끝나는 시점에 돌이켜보니 계획에 맞게 진행되어 짜릿하다. 싱어송라이터로서 본격적인 신호탄을 올렸으므로 내년에는 더 많은 무대에 서고 싶은 바람이 크다. 그럴 만한 일을 계속 벌이지 않을까. 12월 1일 콘서트를 마친 뒤 남은 한 달 동안 내년 계획을 세워야겠다(웃음).
STYLIST 이유진 HAIR 하람 MAKEUP 오길주
더네이버, 피플, 인터뷰
EDITOR : 박지형PHOTO : 김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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