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오래 기다린 문화 공간

문화 예술 공간의 오픈 소식은 언제나 반갑다. 그곳에서 피어날 새로운 가능성 때문에. 최근 서울, 대구, 부산에 문을 연 전시 공간은 공통적으로 자연과 인간 사이 중간 지대를 자처한다.

2024.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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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구간송미술관 외부 전경.©2024 김용관 2 경사 지형을 살린 계단식 구조가 돋보인다. ©2024 김용관 3 이정의 ‘삼청첩’이 전시된 전시실. ©2024 김용관 4 신윤복의 ‘미인도’는 별도 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다. ©2024 김용관 5 간송 전형필 선생의 유작과 영상 자료를 모은 ‘간송의 방’. ©2024 김용관 6 지하 1층 전시실에서는 대표 소장작이 영상으로 펼쳐진다. ©2024 김용관

 

대구간송미술관

간송미술관의 전신인 보화각은 국내 최초의 사립미술관이다. 이를 설립한 간송 전형필 선생은 일제강점기에도 문화재 수집과 보존에 앞선 인물. 그렇기에 국보급 문화재를 감상하려면 꼭 들러야 할 곳이 바로 간송미술관이다. 하지만 2022년 휴관 이전에는 1년에 두 차례, 단 2주 동안만 개방해 ‘오픈런’ 인파가 몰리곤 했다. 방문 기회를 얻기조차 힘들던 간송미술관이 지난 5월 재개관한 데 이어, 9월 3일 첫 분관인 대구간송미술관을 개관했다. 2016년 대구시와 계약을 맺은 뒤 2022년 착공했으니, 긴 시간을 기다린 결과다. 건축설계는 국제 공모를 거쳐 최문규 건축가와 가아건축사사무소가 맡았다. 대덕산 자락에 위치한 부지 환경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건물의 터를 나누고 계단식 기단을 적용했는데, 도산서원, 해인사, 부석사 등 전통 건축의 배치에서 착안한 것이다. 또한 현재 조성 중인 대구대공원 및 인근 대구시립미술관과의 연결로를 마련해 접근성을 높였다. 개관 전시 <여세동보(與世同寶) – 세상 함께 보배 삼아>는 12월 1일까지 계속된다. 미술관 소장품 가운데 <훈민정음> 해례본, 청자상감운학문매병, 신윤복 ‘미인도’ 등 국보와 보물 97점을 선보인다. 그중에서도 관람객의 큰 기대를 부르는 ‘미인도’는 단독으로 전시한다. ‘미인도’ 한 점만 걸린 별도의 공간에서 독대하듯 작품에 집중할 수 있다. 대구간송미술관은 이미 개관 한 달 만에 관람객 7만 명을 돌파했으며, 주말이면 여전히 행렬이 이어진다. 어쩌면 서양화보다 멀고 어렵게 느끼던 한국화에 한발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리라. 

 

대구시 수성구 미술관로 70
kansong.org/daegu

 

 

 

1 각종 전시와 문화 행사를 개최하는 소소풍 라운지. Photo Kim Inchul. ONE O ONE factory 2 2층에 마련된 미팅룸. Photo Kim Inchul. ONE O ONE factory 3 1층, 2층을 연결하는 계단식 강연장으로, 리모델링 시 새로이 증축했다. Photo Kim Inchul. ONE O ONE factory 4 건물 외관. 입구의 거대한 캐노피를 제거했다. 사진 제공 부산광역시.

 

도모헌

멀리 광안대교가 보이는 옛 부산시장 관사가 지난 9월 24일 시민에게 문을 열었다. 1984년 건축된 이래 대통령 숙소와 부산시장 공관, 행사장 등으로 사용되다 40년 만에 시민을 위한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넓은 정원을 갖춘 이층집 풍경이 어딘지 익숙한데,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속 ‘재벌집’ 촬영 장소로 쓰였다. 본래 건물은 김중업 건축가가 설계했으며, 리모델링은 최욱 건축가가 설계를 맡았다. 기존 건물의 뼈대는 유지하되 내부는 용도에 따라 과감하게 재구성했다. 특히 내부 벽을 대부분 허물어 탁 트인 구조로 바꾸었다. 1층에는 전시 공간과 공유 오피스, 모모스 커피가, 2층에는 콘퍼런스 룸과 행사장, 미팅룸 등이 들어섰고, 1층과 2층 사이에는 계단식 강연장을 증축했다. 건물의 권위적인 이미지를 벗기 위해 전면부 캐노피를 철거한 것도 큰 변화다. 더불어 광안리 바다를 바라보는 잔디밭은 ‘소소풍 정원’으로 정비했다. 현재 전시 공간에서는 백남준 아카이브 전시 <백남준의 기록된 꿈, 그 꿈과의 대화>가 진행 중이다. 사진, 스케치, 도면 등 작가의 아카이브 자료와 판화 작품만으로 구성한 국내 최초 전시다. 그의 비디오 조각과 조각 모형 작품도 함께 만날 수 있다. 전시는 11월 30일까지 이어진다.

부산시 수영구 황령산로7번길 60
www.busan.go.kr/domoheon

 
 
 

 

1 후원과 맞닿은 1층 로비. 곡선형 천장이 특징이다. 2 건축 구조를 반영한 드로잉. 3 ‘살아있는 아카이브 : 대규모 자연 모델’, 2024(6분) 전시 공간. ©사진 김동준, 푸투라 서울 제공. 4 높은 벽으로 둘러싸인 2층 중정.

 

푸투라 서울

서울 북촌 한옥마을에 모던한 전시 공간이 들어섰다. ‘미래’를 의미하는 라틴어 ‘푸투라(Futura)’에서 드러나듯 푸투라 서울은 역사적인 지역 한가운데서 미래로 시선을 던지는 곳이다.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 WGNB의 백종환 소장이 설계한 건물 역시 전통 요소를 현대적으로 해석했다. 공간은 1층 로비와 후원, 2층 전시실과 중정, 3층 테라스와 옥상 정원으로 나뉜다. 1층은 천장을 물결치는 듯한 곡선으로 디자인했는데, 활기찬 곡선 실루엣과 노출 콘크리트의 조화가 독특하다. 자연의 경치를 빌려오는 한옥의 ‘차경’ 개념을 도입해 높은 창 너머 후원이 내다보인다. 2층은 1층과 사뭇 다르다. 공간이 직선으로 구획되며, 한층 밝은 것이 특징이다. 특히 높은 벽으로 둘러싸인 중정은 천장 창문을 통해 햇볕이 내부로 쏟아진다. 옥상에서는 인왕산과 한옥 지붕이 어우러지는 주위 풍광을 조망할 수 있다. 푸투라 서울은 12월 8일까지 미디어 아티스트 레픽 아나돌의 개인전 <지구의 메아리: 살아있는 기록 보관소>를 개최한다. 그는 방대한 데이터를 재료 삼아 학습형 AI로 미디어 작품을 선보이는 작가다. 서울의 날씨 데이터와 태평양 풍속 예보 데이터를 수집해 시각화하는가 하면, 동식물 이미지를 뒤섞고, 영상과 사운드, 후각 요소를 결합해 열대우림 풍경을 재현했다. 전시 제목처럼 방대한 자연의 데이터에 둘러싸인 채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재고할 기회다.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 61
futuraseoul.org

 

 

 

 

 

 

 

 

 

더네이버, 라이프스타일, 문화 공간

CREDIT

EDITOR : 박지형PHOT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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