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태초의 소리를 향해, 토모코 소바주

인파로 북적이는 프리즈 서울 현장에서 고요한 명상 경험을 선사하는 공간, 바로 메종 루이나의 부스였다. 관람객을 아트페어장에서 먼바다 심연으로 인도한 아티스트 토모코 소바주를 만났다.

2024.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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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즈 속 명상의 공간

메종 루이나의 아트 프로젝트 ‘카르트 블랑쉬’. 올해는 ‘자연과의 대화’라는 주제 아래 여섯 아티스트를 프랑스 샹파뉴의 랭스로 초대했다. 자연이란 곧 동물과 식물, 유기체와 무기체가 어우러지는 바탕임을 떠올리면 세계 각국에 뿌리를 둔 예술가를 초대하는 결정은 자연스럽다. 2024년이 특별한 이유는 또 있다. 바로 다가오는 10월, 메종 루이나는 일본 건축가 소 후지모토가 설계한 니콜라 루이나 파빌리온(Nicolas Ruinart Pavilion)을 오픈하기 때문이다. 그곳 ‘예술가의 정원’에는 여섯 점의 설치 작품이 공개를 기다리고 있다.


‘카르트 블랑쉬 2024’에 참여한 6인의 아티스트 중 사운드 아티스트이자 음악가인 토모코 소바주(Tomoko Sauvage)의 작품이 ‘프리즈 서울 2024’ 루이나 부스에 소개됐다. 그곳은 북적이는 아트페어장에서 유일하게 고요가 도사리고 있는 공간 아니었을까. 소음이 잦아든 전시실 내부에서는 물방울이 터지는 소리와 박동 소리, 유리가 맞닿는 소리가 리드미컬하게 퍼졌다. 관람객이 먼저 감각하는 것은 이 같은 청각적 자극과 진동이다. 소리를 인지하자 이윽고 조각 작품이 눈에 들어왔다. 물이 가득 찬 글라스와 기계 장치가 바로 토모코 소바주의 감각적 키네틱 설치 작품 ‘인투 더 세르펜틴 벨(Into The Serpentine Bells)’이다. 작가는 분주한 아트페어장에서 누에고치 같은 공간을 조성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보호받는 듯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조도를 낮추고 각 작품에만 집중되도록 조명을 배치했어요. 닫혀 있기에 집중해서 사운드를 들을 수 있죠.”


이 설치 작품은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두 점의 유선형 유리 조각 ‘불로크록(Buloklok)’은 고대 물시계 클렙시드라에서 착안한 것으로, 내장된 모터를 통해 공기 방울이 생성되며 일정한 소리를 낸다. “해양 동물의 각기 다른 호흡과 맥박의 패턴을 표현하고자 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가운데서 빠르게 회전하는 유리잔은 ‘스톰 글라스 하프’다. 물을 담은 유리잔의 림을 문질러 소리를 내듯 회전하는 유리 하프는 활과 마찰하여 음을 내고, 유리 표면에 새겨진 패턴은 빛을 받아 산란하며 일렁이는 그림자를 천장에 드리운다. 세 번째 작품은 바로 메종 루이나의 지하 셀러에서 채집한 백악이다. 작가는 암석을 탄산수에 넣어 수중 마이크로 증폭시킨 소리를 송출했다. 이때 물과 닿은 백악은 기포를 일으키며 미세하고도 역동적인 소리를 낸다. 샴페인을 마실 때의 소리에 집중해보자. 샴페인이 유리병을 빠져나오는 소리, 액체가 유리잔에 닿는 소리, 잔 안에서 울리는 탄산의 기포 소리, 그리고 목을 타고 넘어가는 소리 등 다채로운 소리가 청각을 깨운다. 샴페인과 접촉하는 과정에 발생하는 사운드가 ‘인투 더 세르펜틴 벨’에 응집된 셈이다.

 

 

 

‘프리즈 서울’ 루이나 부스에서 공개한 ‘인투 더 세르펜틴 벨’.

모터를 통해 공기 방울을 생성하는 유리 조각 작품 ‘불로크록’.

 

혼돈과 질서 사이

물과 세라믹, 수중 앰프, 전자기기 등을 결합해 연주해온 토모코 소바주는 오래전부터 물의 흐름에 매료되었다. 그는 일본 오키나와에서의 기억을 꺼냈다. “어릴 적 오키나와 바다에서 스노클링을 한 적이 있어요. 바닷속을 들여다봤을 때 그 풍경에 완전히 빠져들었어요. 물고기가 헤엄치고 모든 것이 계속해서 움직이는 세계에 사로잡힌 거죠. 물의 흐름은 규칙적이지만 동시에 불규칙하고, 혼돈 속에 질서가 존재해요. 이 같은 음악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작가의 바람처럼 그가 매료된 세계는 작품과 닮았다. 일정한 속도의 진동은 불규칙적으로 반복되고 새로운 리듬이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틈입한다. “작품의 크기, 특히 내부 면적에 따라 리듬과 음의 높이가 달라져요. 그러한 불규칙성을 통제하기보다는 우연을 예술의 요소로 활용하고자 해요.” 


우연이 개입하는 작업에서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마이크는 아주 민감한 도구라 공간 속 미세한 움직임을 모두 잡아내요. 그렇기에 공간에 사람이 갑자기 많아진다면 더 큰 진동이 발생하죠. 공간 전체의 환경과 작품의 재료, 사람의 존재 여부, 소리의 흐름은 모두 연결되어 있기에 모든 요소에 주의를 기울여요.” 그렇기에 예측할 수 없는 요소 가운데서 균형을 맞추는 과정이 중요하다.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서 인간이 모든 걸 제어할 수 없지만, 제어할 수 있는 부분이 존재하잖아요. 그 사이의 균형을 표현하고자 해요.”


프리즈 서울 2024에서 공개한 ‘인투 더 세르펜틴 벨’은 메종 루이나의 ‘예술가의 정원’에 설치될 작업의 비전을 미리 선보인 작품이다. 부스에 전시된 드로잉을 통해 최종 작품의 형태를 짐작할 수 있었다. 설치 조각 작품 ‘오롤로지 아 뷜(horloge a` bulles)’은 와인 글라스를 뒤집어놓은 듯한 종 모양으로, 사람 한 명이 들어설 수 있는 약 2m 높이의 구조물이다. 유리 블록을 쌓아 완성했는데, 다산과 풍요를 상징하는 뱀에서 착안하여 똬리를 튼 뱀의 형태로 구상했다. 작품 내부에는 녹음한 음향이 흘러 마치 물속에 있는 듯한 감각적 체험을 할 수 있다. 숲을 닮은 메종 루이나의 정원을 걷다 돔 형태의 유리 구조물에 들어서는 상상을 해본다. 한 사람에게만 허락된 공간 속에서 유리는 반짝이고 심해의 소리가 울려 퍼진다. 태초의 음파에 귀 기울이고 나와 다시 자연을 만나면 우리는 조금 더 새로워져 있을 테다.    

 

cooperation 엠에이치샴페인즈앤드와인즈코리아

 

 

 

 

 

 

 

 

 

더네이버, 피플, 인터뷰

CREDIT

EDITOR : 박지형PHOTO : 이대희(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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