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즐기는 방법은 두 가지다. 열기에 맞서거나, 그보다 더 뜨거워지거나. 무르익은 축제의 계절을 맞아 뮤직 페스티벌에서 달콤한 목소리를 들려주는 뮤지션 소수빈의 무대를 재현했다. 그리고 내공 있는 리스너들의 추천곡으로 여름 플레이리스트를 꾸렸다. 음악과 함께 달아오를 준비가 됐다면, 빠져들 시간이다!
2024.06.27
재킷, 쇼츠 모두 꼼데가르송. 아이웨어 젠틀몬스터. 슬리브리스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얼마 전 서울재즈페스티벌 무대에 올랐다. ‘꿈을 이룬 날’이라고 이야기했는데, 그 무대는 어떤 의미였나?
다양한 페스티벌이 있지만 서울재즈페스티벌은 가수들 사이에서도 유달리 영광스러운 무대일 것이다. 재즈 뮤지션이 아닌지라 처음 연락을 받고 설레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떻게 부끄럽지 않은 무대를 만들지 걱정이 앞섰다. 단독 콘서트 수준의 고민과 노고를 담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기본 세션 세팅에 퍼커션도 특별히 추가했고. 음악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페스티벌이다 보니 아티스트가 원하는 대로 이해하는 관객이 많았다. 그리고 그날 10분 정도 소나기가 내렸다. 당황했지만 오히려 비가 관객의 마음을 더 촉촉하게 만든 것 같다. 천막을 세우고 준비하는 틈에 노래를 더 부를 수 있어 기억에 남는다.
관객 입장에서 야외 공연은 소리를 다르게 감각하는 경험이기도 하다. 가수 입장에서는 어떤가?
물리적 측면에서 보자면 실내 공연장이 음향 컨디션 유지가 쉽다. 야외는 날씨나 민원 문제 등 운에 맡겨야 할 때가 제법 있다. 마음이 편안한 건 실내 공연장이지만, 야외 공연은 낭만을 한 방울 떨어뜨린 듯한 분위기가 좋다.
<싱어게인3> 첫 무대부터 ‘고막 남친’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이런 평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듣는 이가 좋았다는 의미니 그거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어릴 적 부른 데모나 녹음본을 들어보면 음색이 타고난 것은 아니다. 미성에 까랑까랑하고 배음이 없는 목소리였다. 지금 목소리는 노력해서 만들어졌다. 어떻게 갈고닦았느냐가 중요하다.
<싱어게인3> 출연 이유로 “혼자서 음악 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팬들에게 보내는 편지에 ‘음악은 누군가 들어주기에 작동하는 장치’라고도 썼고. 혼자 작업하는 시간이 외롭지는 않았나?
예전에는 음악 듣는 영역이 좁았고 세상이 이렇게 넓은지 몰랐다. 당연한 줄 알고 혼자서 작업해왔다. 하지만 다양한 사람들과 해보니 함께할 때의 기쁨과 성취감이 크더라. 좋은 시너지를 일으키기도 하고. 그렇지만 이전의 시간이 분명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다행인 점은 그때는 외롭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핑크 셔츠, 타이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싱어게인2>에도 출연 제의를 받았지만 전역 직후라 고사했다고.
1년 6개월 동안 음악 활동을 하지 못한 상황이었고, 바로 시작하기에는 집, 작업실 등 현실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았다. 준비가 안 된 채 다짜고짜 출연하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어렵지만 시즌 3나 다른 기회가 있다면 출연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결국 시즌 3에 출연한 것이 좋은 판단이었다.
그만두고 싶었던 적도 있었지만 음악을 계속해온 원동력은 무엇인가?
팬들이 있어서 가능했다. 한 명이라도 찾아주고 듣는 사람이 있으면 다음에 무얼 해야겠다는 생각이 떠오른다. 많지는 않지만 공연 때마다 항상 와준 분도 있고, DM이나 댓글, 편지로 응원을 전하는 팬들이 힘이 됐다. 두 번째는 친구들이다. 심적으로 안정을 취할 수 있게 도와준 고마운 사람이 주변에 많다. 친구들과 편안한 시간을 보내며 내일을 상상할 수 있었다. 직장인 친구들은 반복되는 일상으로 매너리즘에 빠지던 차에 내가 방송에 출연해서 매주가 파티였다고 하더라. 방송이 끝나자 무척 아쉬워했다.
20대 초반 단골 카페 사장님이 선물한 통기타를 받고 연습을 시작했다는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는다.
아침에 일어나 종일 아르바이트하고 저녁에는 집에서 새벽까지 곡 작업을 하던 시절이다. 의무적으로 작업했는데, 자주 가던 카페에서 인연이 이어졌다. 그때는 피아노를 더 많이 다룰 때라 기타 실력이 부족했다. 그 와중에 선물을 받으니 달가웠다. 그때부터 일이라 생각지 않고 재미로 기타를 쳤고 지금처럼 연주할 수 있게 되었다. 좋은 음악을 만들어 그에게 알려주면 선물에 대한 좋은 보답이 될 것 같다.
과하게 걱정하는 성격은 여전한가?
그렇다. 무엇을 선택하든 좋은 점보다 안 좋은 점을 먼저 찾고, 손해 보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편이다. 사소하게는 옷을 사거나 요리하거나 음식을 주문할 때도 쓸데없는 걱정을 한다. 걱정이 전반적으로 깔려 있다 보니 음악 작업을 할 때도 조심스럽다. 어떻게 보면 좋은 판단을 하게끔 하지만 한편으로는 피곤하다.
절제된 음성으로 짙은 감정을 표현하는 테크닉이 놀랍다. 무표정한 얼굴로 관객을 울리는 배우 같달까. 이러한 전달력을 구축한 과정도 듣고 싶다.
미리 계획하지는 않는다. 연습을 많이 하는 것은 당연하고, 내 귀를 믿는 편이다. 이 음악은 무슨 색인지, 어떤 맛일지, 어떤 날씨일지, 온도는 어느 정도일지, 화자와 청자는 어떤 관계일지 스토리와 분위기를 머릿속에 담아둔다. 그 감정을 품고서 어떻게 살릴지는 현장에서 고려한다. 무대에서 무표정으로 노래하는 건 잘 부르기 위한 태도다. 가수가 노래를 틀리면 영화를 보는 도중에 불이 켜지는 느낌이지 않나. 집중하기 위해 무표정을 유지한다.

재킷, 팬츠 모두 돌체앤가바나. 셔츠, 삭스, 슈즈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경연 프로그램의 특성은 끝나고 잊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 깨달음은 언제 찾아왔나?
<싱어게인3>를 하는 동안 살면서 가장 큰 관심을 받았다. 그렇게 사랑을 받고 보니 촬영 와중에 덜컥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만한 관심이 사라지면 이전으로 돌아가는 건 아닐까?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까? 그렇지만 돌아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계속 고민하며 다음 노래를 준비하고 있다.
다음 앨범을 기대하는 사람이 많다.
곡 작업은 거의 완료됐고, 이 노래가 언제 울려 퍼지면 좋을지 타이밍을 논의 중이다. 가장 더운 여름의 클라이맥스부터 여름이 끝날 무렵까지의 밤과 어울리는 노래다. 한 곡을 먼저 공개한 뒤 앨범을 발매할 예정이다. 이번 앨범은 동료와 함께 작업했다.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고 있어서 앞으로의 작업이 더 기대된다.
많은 무대로 바쁠 텐데, 스위치는 어떻게 켜고 끄는지?
무대에서는 가수로서의 의무가 있지 않나. 예전에는 다음 날 공연이 있으면 전날부터 초조한 나머지 과하게 컨디션을 관리했다. 그런데 요즘은 노래해야 할 일이 많기도 하고, 프로그램을 통해 큰 산을 넘어서 노하우가 생겼다. 공연이 최우선이므로 평상시에 잘 쉬고 건강을 챙기려 노력한다.
음악 작업을 하거나 노래할 때 치유 받는 경험을 하는지 궁금하다.
창작 과정은 정말 길지 않나. 전 과정이 즐겁기는 힘들다. 하루에 수십만 가지 음악이 나오는데 비슷하지는 않을지, 어떤 악기를 쓸지 고민할 요소가 많다. 지나고 보면 힘들었던 부분이 모두 피가 되고 살이 되더라. 출산 과정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음악 역시 몇 개월 동안 소중히 품고 있다 애정으로 내보내고, 이 음악이 잘 자라길 바란다. 과정은 힘들어도 음악이 마음에 들면 그리 힘들지 않다고 느낀다.
긴 창작 과정에서 위안을 얻는 순간이 있다면 언제인가?
공연장에서 관객을 직접 볼 때. 사람들이 음악을 따라 부르거나 눈 감고 집중해 들을 때 가장 위안을 얻는다.
이번 화보의 테마가 뮤직 페스티벌이다. 나만의 서머 송을 추천한다면?
니키(NIKI)의 ‘Every Summertime’과 레이(RAYE)의 ‘Worth it.’을 즐겨 듣는다. 리듬감 있고 신나는 음악이라 추천한다.
STYLIST 박태일 HAIR 구예영(소수빈) MAKEUP 김윤정(소수빈)
더네이버, 피플, 인터뷰
EDITOR : 박지형PHOTO : 김외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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