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굼허의 세계

남다른 시각을 가진 디자이너 허금연이 제시하는 새로운 남성성.

2024.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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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3 서울에 위치한 굼허 작업실에서 진행한 오픈 스튜디오.  2 디자이너 허금연. 

 

여자 옷이야? 남자 옷이야? 형태와 디자인만 봐서는 성별을 알 수 없는 옷들이 있다. 남성복이라고는 하지만 여성이 입어도 전혀 낯설지 않고 심지어 여자가 봐도 탐나는 그런 옷들 말이다. 패션 브랜드 굼허 이야기다. 크롭트 톱, 핫팬츠, 프릴 장식 셔츠, 시스루 톱 등 여성복으로 분류되던 아이템들이 남자들의 옷장에 하나둘 자리를 차지하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요즘. 디자이너 허금연은 패션 브랜드 굼허를 통해 파격적인 디자인의 남성복을 선보이며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패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디자이너 허금연은 2017년과 2019년 센트럴 세인트 마틴의 런던 패션위크 쇼에서 두 번의 우승을 거머쥐며 정식 데뷔 전부터 디자이너로서의 존재감을 알렸다. 그 후로는 영국의 젊은 디자이너를 후원하는 패션 이스트와 함께한 네 번의 컬렉션, 2022 LVMH 프라이즈 세미 파이널리스트 등 굵직한 이력을 채워갔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 독보적인 실력을 입증해온 그는 지금, 영국과 한국을 오가며 새로운 남성성을 제시하는 브랜드 굼허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하고 있다. 
굼허의 옷을 처음 봤을 때 여자인 나도 입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여자가 입는다면 어떻게 스타일링할지, 어떤 무드로 연출할 수 있을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옷이 가득했다. “옷을 디자인할 때 남성복과 여성복을 따로 구분하지 않는다. 성별을 떠나 어울리는 옷, 입고 싶은 옷을 입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더 크다.” 굼허가 만드는 옷은 사람에서 출발한다. 사람에게 영감을 얻으며, 사람과 함께 옷을 만들고, 옷을 입은 사람을 통해 그 가치를 드러낸다. 그에게 있어 옷은 성별을 구분하는 하나의 장식품이 아니라 자신을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어떤 옷을 어떻게 입을지는 입는 사람이 결정한다는 그의 가치관이 옷에 고스란히 담겼다. 
“매 시즌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있다. 그동안 시도하지 않은 소재나 색다른 기술을 활용하거나 굼허의 터치로 디자인에 변주를 주는 등 늘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한다. 지속적인 도전은 스스로에게 자극을 주기도 하고, 여러 번의 시도 끝에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피스가 탄생한다.” 그는 소재와 형태에도 제한을 두지 않는다. 여러 개의 옷을 분해하고 다시 재조립하는 해체주의 디자인을 시작으로 드레이핑과 커팅, 기하학적 패턴이나 프린지, 프릴 디테일 등 과연 저게 어울릴까 한 번쯤 의심하게 되는 요소들마저도 굼허만의 터치로 완벽하게 구현해낸다. 

 

 

4 살로몬 어패럴을 활용한 굼허의 고프코어 스타일링. 5, 6, 7, 8 굼허의 2024 S/S 컬렉션.

 

컬렉션 몰아보기

2024 S/S 컬렉션 ‘Bad Sports’에서는 섹슈얼하면서도 스포티한 굼허만의 에너지를 지닌 매력적인 스포츠팀을 완성했다. “굼허를 위해 함께 일하는 팀원들의 열정 가득한 모습을 보고 에너지 넘치는 스포츠팀을 떠올렸다. 굼허의 옷을 입은 스포츠팀의 에너지, 소속감, 끈끈한 팀워크를 상상하면서 준비했다.” 그는 가장 애정하는 피스로 큼직한 엑스 모양 디자인이 특징인 ‘더블 엑스 진’을 꼽았다. “더블 엑스 진을 디자인할 때 마치 종이접기를 하는 것 같았다. 최적의 컬러를 구현해내기 위해 다양한 색상의 워싱 작업을 시도하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이 외에도 가슴까지 내려오는 볼레로 재킷, 치골이 드러나는 쇼츠, 양쪽 허리 라인을 과감하게 컷아웃 처리한 재킷, 원숄더 슬리브리스 등 굼허만의 관능적인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최근 공개한 2024 A/W 컬렉션 ‘Runaway’는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무드로 풀어내 인상적이다. 그동안 선보인 데님 소재뿐만 아니라 특별한 워싱으로 작업한 저지 아이템까지, 그가 애정하는 피스로 가득하다. 허리선을 강조한 재킷, 어깨에 둘러 연출하는 저지 톱, 종아리 중간 길이의 팬츠, 벨벳 데님 소재의 재킷과 팬츠 등 굼허의 특색을 더한 새로운 피스로 구성했다.
지난 2월에는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 살로몬과의 협업도 진행했다. 살로몬 어패럴 제품과 굼허의 아카이브 피스들을 매치해 색다른 무드의 고프코어 룩이 탄생했다. 윈드브레이커 재킷에 데님 소재 케이프나 크롭트 베스트 재킷을 매치하거나 와이드 데님 팬츠로 멋스럽게 소화했다. 어떤 아이템이든 ‘굼허스럽게’ 소화하는 굼허의 다음 협업은 또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졌다.

 

굼허 작업실로의 초대

디자이너들의 감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장소는 바로 작업실이다. 옷을 디자인하고 제작하고 세상에 나오기까지 겪은 수많은 고뇌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은 곳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서울에 위치한 굼허의 실제 작업실에서 진행한 오픈 스튜디오는 더욱 특별했다. 굼허의 공식 SNS에서 모델의 피팅 현장을 찍은 사진을 본 적이 있는데, 배경으로 보이는 작업실의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테이블 위, 벽면까지 작업 공간은 온통 아카이브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오프라인 입점 매장이 성수에 위치한 엠프티 한 군데뿐이라 아쉬움을 남겼던 굼허는 올해 두 번의 오픈 스튜디오를 통해 그의 작업이 이루어지는 특별한 공간으로 우리를 초대했다. 그동안 쌓아온 작업물을 전시하고, 새로운 컬렉션 피스들을 입고 구매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는 등 다채로운 경험을 선사했다. 허금연은 이번 이벤트를 통해 굼허의 인기를 실감했다. “굼허를 애정하는 분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고, 무엇보다 너무 감사했다. 앞으로 이런 기회를 자주 만들어서 더 많은 분들과 소통하고 우리의 작업물을 보여주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 
어떤 디자이너로 기억되고 싶은지에 대한 물음에 허금연은 “책에 기록된 수많은 디자이너의 작업을 보며 이 일을 꿈꿔왔다. 시간이 흘러 10년, 20년 뒤 나도 누군가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라고 답했다. 이어 “가까운 미래에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파리에 스튜디오를 여는 것과 파리 패션위크에 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차곡차곡 자신만의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하며 꾸준히 나아가는 디자이너 허금연이 펼쳐낼 남성복의 세계는 어떤 모습일지 점점 더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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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김송이PHOT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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