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은 전 세계에 무지개 깃발이 나부끼는 ‘프라이드 먼스’다. 이를 기념해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퀴어 예술가의 전시를 소개한다. 그들의 작품은 당신을 외롭게 두지 않을 테다.
2024.06.13
‘Foreigners Everywhere(Self-portrait)’, 2024, Double sided, wall or window, mounted neon, framework, transformers, cables and fittings, Dimensions and colours variable. Photo by Matteo de Mayda. Courtesy of La Biennale di Venezia.

‘Foreigners Everywhere / Stranieri Ovunque(60th International Art Exhibition)’, 2004-24, Sixty suspended, wall or window, mounted neons, framework, transformers, cables and fittings, Dimensions and colours variable.Photo by Marco Zorzanello. Courtesy of La Biennale di Venezia.

1 이강승, ‘라자로’, 2023, Single-channel 4K video, color, sound, 7min 52sec. Courtesy of the artist,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Seoul, Commonwealth and Council, Los Angeles, Mexico City, and Gallery Hyundai, Seoul. 2 Louis Fratino, ‘Cosmos and miscanthus’, 2024, Oil on canvas, 152.4×88.9cm. Photo by Matteo de Mayda. Courtesy of La Biennale di Venezia. 3 이강승, ‘Constellation(blood moon hands)’, 2023, Graphite and watercolor on goatskin parchment, Sambe, sealing wax, feather, antique 24k gold thread, pearls, silver wire, pebble, shell button, laser, engraved walnut veneer, walnut frame, 약 133×92×6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Commonwealth and Council.
베니스 자르디니 & 아르세날레
2024 베니스 비엔날레의 본 전시 주제는 ‘외국인은 어디에나 있다’다. 2인조 아티스트 콜렉티브 클레어 퐁텐의 동명 작품에서 착안한 주제로, 총감독인 아드리아노 페드로사가 큐레이팅을 맡았다. 브라질 상파울루 미술관의 예술감독인 그는 최초의 라틴아메리카 출신 디렉터이자 오픈리 퀴어다. 이 같은 정체성 때문일까. 그는 ‘외국인’의 범주를 주류에 속하지 않는 이방인으로 확장한다. 주제를 알리는 클레어 퐁텐의 네온 작품 ‘외국인은 어디에나 있다’는 60개 언어로 번역되어 강물 위에서 빛을 발한다. 선명한 메시지가 행사장 전체에 울리는 듯하다. 전시는 2개 섹션으로 나뉘는데, 그중 ‘뉴클레오 컨템포라네오(Nucleo Contemporaneo)’에서는 퀴어, 원주민, 민속 예술가 등 미술계 변방의 아티스트를 조명한다. 한국 작가 중에서는 이전 세대 퀴어 커뮤니티의 역사를 발굴해온 이강승의 작업이 포함된다. 바닥에 펼쳐진 거대한 설치 작업에는 역사 속 퀴어를 기리는 드로잉과 자수, 식물, 씨앗 등이 빼곡하다. 이 밖에 남성 퀴어의 일상을 부드럽게 묘사하는 루이스 프라티노, 소수자 집단을 향한 공격을 탐구하는 이삭 총 와이, 퀴어 공간을 기록해온 딘 사메시마 등의 작품이 전시된다.
www.labiennale.org

1 Mickalene Thomas, ‘Afro Goddess Looking Forward’, 2015, Rhinestones, acrylic, and oil on wood panel, 60×96×2in. Courtesy of the artist ©Mickalene Thomas 2 Mickalene Thomas, ‘This is Where I Came In’, 2006, Rhinestones, acrylic, and enamel on wood panel, 72×60in. Courtesy of the artist ©Mickalene Thomas
LA 더 브로드
더 브로드에서 뉴욕 출신 아티스트 미칼렌 토마스의 개인전이 5월 25일부터 9월 29일까지 개최된다. 그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이자 레즈비언 아티스트로, 성별, 인종, 성정체성의 교차성을 작업에 드러낸다. 흑인 여성을 중심에 두어 그동안 예술에서 잘 재현되지 않은 흑인 여성의 성과 관능미를 친밀하고 부드럽게 묘사한 것이 특징이다. 사진과 회화, 직물, 금속, 인조 다이아몬드 등의 소재를 결합한 콜라주 작품 속에서 인물들은 나른한 얼굴로 기대 있는가 하면,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카메라를 응시한다. 전시 제목은 페미니스트 작가 벨 훅스의 저서 제목에서 가져온 것인데, 그의 작업이 모두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 특히 작가에게 콜라주란 사랑의 본질을 탐구하는 수행 과정과 같다고 강조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회화, 설치, 사진, 콜라주, 영상 등 80여 점이 소개되며, 필라델피아의 반스 파운데이션과 런던 헤이워드 갤러리에서 순회전이 이어질 예정이다.
www.thebroad.org

Zanele Muholi, ‘Qiniso, The Sails, Durban’, 2019. ©Zanele Muholi Courtesy of the Artist and Yancey Richardson, New York
런던 테이트 모던
자넬레 무홀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시각예술가이자 활동가다. 이분법적 젠더 구분에서 벗어나 논바이너리라는 정체성을 밝힌 그는 2000년대 초반부터 남아프리카공화국 유색인종 성소수자의 삶을 사진으로 기록해왔다. 그의 개인전이 테이트 모던에서 6월 6일부터 2025년 1월 26일까지 열린다. 작가는 2004년 전시 <Visual Sexuality>를 통해 여성 동성애자들의 사진을 선보이면서 주목받았는데,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금기시하는 남아프리카에서 고정관념을 깨는 작업이었기 때문이다. 퀴어들의 친밀한 순간을 포착한 ‘Only Half the Picture’, 개개인의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담아낸 포트레이트 ‘Faces and Phases’ 시리즈 등을 통해 남아프리카 내 퀴어의 존재를 가시화하고, 퀴어들에게 혼자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는 사진 속 인물들이 더없이 아름다운 것은 물론이다.
www.tate.org.uk

1 Vaginal Davis, ‘Susan Kohner–Imitation of Life’, 2017, Mixed media. Private Collection ©Vaginal Davis. Courtesy of New Discretions. 2 Vaginal Davis, ‘Wanda Coleman’, 2021, Mixed media. Collection Moderna Museet ©Vaginal Davis. Courtesy of the artist and Galerie Isabella Bortolozzi, Berlin. 3 Ron Athey and Vaginal Davis cruising Colorado Boulevard for “The Best of LA”, LA Weekly, 1992. Photo Ted Soqui. Courtesy of the artist and Galerie Isabella Bortolozzi, Berlin.
스톡홀름 현대미술관
공연 예술가이자 화가, 뮤지션, 출판 작가, 영화 제작자, 비주얼 아티스트, 그리고 컬트 아이콘. 바지널 데이비스는 수식어를 셀 수 없는 전방위 아티스트다. 로스앤젤레스 출신인 그는 1980년대 LA에 퀴어 코어 펑크 신을 일으킨 창시자이자 보수화되어가는 드래그 문화를 파괴한 ‘드래그 테러리스트’이기도 하다. 명성을 얻은 뒤에도 늘 저항과 충돌을 택한 그의 행보는 다른 길을 택한 비주류에게 방향을 제시한다. 그런 그의 개인전이 스톡홀름 현대미술관에서 열린다. 다양한 장르를 오가는 방대한 작업은 3가지 설치작품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전시실에서는 초기 영화와 콘서트 음성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작가의 LA 시절 아파트처럼 꾸민 공간에는 그림과 조각을 전시했다. 세 번째 전시실의 대형 파빌리온은 핑크빛 침실과 도서관으로 조성해 사진 작업과 책 등을 선보인다. 현대미술관 외에 스톡홀름의 5개 장소에서 연계 전시가 함께 열리며, 스웨덴 현대문화재단에서는 글쓰기 활동을 조명하고, 스톡홀름 대학교에서는 무대 공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전시는 10월 13일까지.
www.modernamuseet.se

1 Leilah Babirye, ‘Gunsinze aliwa Bitono’, 2023. Courtesy of the artist and Stephen Friedman Gallery London and New York and Gordon Robichaux New York. Photo by Mark Blower. 2 Leilah Babirye, ‘Nakambugu from the Kuchu Njovu Elephant Clan’, 2023. Installation view at Yorkshire Sculpture Park, 2024. Courtesy of the artist and Stephen Friedman Gallery. Photo by Jonty Wilde.
요크셔 조각공원
아프리카의 전통 장승이 떠오르는 형상 위로 자전거 체인, 고무 타이어, 구리 와이어, 주전자 등 어울리지 않는 물건이 가득하다. 이는 우간다 출신 아티스트 레일라 바비라이의 조각 작품이다. 그는 동성애 행위가 법적으로 처벌받는 우간다에서 동성애자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드러내고 활동하다 신변의 위협을 느껴 뉴욕으로 이주했다. 우간다에서 동성애자를 칭하는 속어는 버려지는 ‘사탕수수 껍질’을 의미한다. 작가는 그에 대항하듯 버려진 재료를 사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9월 8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를 위해 그는 현장에서 수명이 다한 나무를 찾아 전기톱과 끌로 형태를 조각하고, 표면을 다듬어 나무 고유의 결을 강조했다. 그것을 토치로 검게 태운 뒤에는 표면을 왁스칠하고 마지막으로 근처에 버려진 다양한 재료로 조각품의 장식을 완성했다. 이목구비가 강조된 얼굴과 그을린 표면, 머리에 높이 쌓아 올린 장식에서 떠나온 아프리카 전통문화를 향한 경의를 느낄 수 있다. 차별적인 사회에서 ‘쓰레기’라고 배제당한 예술가가 버려진 쓰레기로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갈 길이 요원하지만 작업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의 작품은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에 소개됐고, 이미 변화는 일어나기 시작했다.
ysp.org.uk
더네이버, 라이프스타일, 전시
EDITOR : 박지형PHOT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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