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탁영준 개인전 <목요일엔 네 정결한 발을 사랑하리> 전시 전경. ©사진 김상태, 에르메스 재단 제공

탁영준, ‘목요일엔 네 정결한 발을 사랑하리’, 2023, 단채널 4K 영상, 컬러, 4.1 사운드 18분 53초. ©탁영준, 에르메스 재단 제공
베를린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작가 탁영준은 종교적 상징을 비틀어 퀴어적으로 전복하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최근 댄스 필름에 집중해온 그는 개인전 <목요일엔 네 정결한 발을 사랑하리>를 통해 동명의 신작을 공개했다. 그는 서양의 대표 축제인 부활절이 유럽 남부와 북부에서 각기 어떻게 소비되는지 주목했다. 보수적인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역에서는 부활절 행사에 근육질의 외인부대가 등장해 예수 십자가상을 나른다. 군중이 환호하는 풍경이다. 작가는 퍼레이드의 거울쌍으로 발레 <마농>의 한 장면을 병치한다. 개방적인 북부 독일, 게이 크루징으로 유명한 숲에 남성 퀴어 댄서가 모여 주인공 ‘마농’ 역의 댄서를 들어 올리고 있다. 두 가지 기이한 행렬이 중첩되며 경직된 공동체에 균열을 일으킨다.
일시 1월 28일까지
장소 아뜰리에 에르메스
문의 fondationdentreprisehermes.org

유년기의 순수성을 지켜주던 울타리가 흔들리고 삶의 진실이 드러날 때 인간은 한 뼘 성장한다. 영화 <클레오의 세계>는 여섯 살 클레오의 세상이 흔들린 여름을 담은 영화다. 클레오는 세상 누구보다 친밀한 보모 글로리아가 고향으로 돌아가자 그를 따라 서아프리카의 섬나라 카보베르데로 간다. 낯선 장소, 낯선 사람과의 조우는 클레오의 감정을 뒤흔들어놓는다. 상처 입은 아이를 따라 관객은 희미한 원체험에 가닿는다. <클레오의 세계>의 원제는 ‘유모 글로리아(A‵ma Gloria)’다. ‘클레오의 세계’는 곧 ‘유모 글로리아’라는 의미일까. 전부였던 세상을 잃은 아이는 그렇게 자라난다. 그 시절을 이미 지나온 우리는 고요한 응원을 보낼 뿐이다.
개봉 1월 3일

故 류이치 사카모토가 음악감독으로 참여한 마지막 영화 <괴물>이 최근 개봉한 가운데, 그의 음악이 그리웠던 팬이라면 반가울 소식. 그의 마지막 연주를 담은 영화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가 찾아왔다. 암 투병 중 마지막으로 역작을 남기고 싶었던 예술가는 홀로 피아노 앞에 앉았고, 아들인 소라 네오 감독이 그 장면을 담았다. 청년기의 그룹 옐로 매직 오케스트라 음악부터 영화 음악, 마지막 앨범 등 커리어를 아우르는 20곡을 연주하며 잊지 못할 작별 인사를 건넨다. 12월 27일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 개봉했으며, 돌비 애트모스 상영을 통해 공연장에 온 듯 더욱 생생하고 입체적인 사운드를 전한다.
개봉 12월 27일

Kishio Suga, ‘Between Internal Edges’, 2022, Wood, Acrylic 60.0×44.7×9.5cm.
물체의 본질을 강조한 일본의 미술 운동 ‘모노하(物派)’. 이 움직임을 이끈 작가 키시오 스가의 개인전이 조현화랑에서 개최된다. 1975년 초기작부터 2023년 근작까지 아우르는 전시로, 평면 작업과 설치 작품이 어우러진다. 그는 나무, 금속, 돌, 종이 등의 물체를 가공하지 않고 배치하는데, 물체와 물체 사이 관계를 통해 존재를 드러낸다. 작가에 따르면 “한계를 파악하고 가장 자연스러운 존재 방식이 이루어지는 상황을 취하는 것”이다. 또한 갤러리 1층에는 부산의 하천에서 수집한 몽돌을 바닥에 놓고 그 사이를 구리선으로 연결해 새로운 맥락을 부여했다.
일시 2월 18일까지
장소 조현화랑 해운대, 달맞이
문의 www.johyungallery.com

<건축가의 숨> 전시 전경. ©Marc Domage
프랑스 파리의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에서 인도 건축가 비조이 자인의 전시가 개막했다. 그는 스튜디오 뭄바이의 창립자로, 물, 공기, 빛을 고려해 자연과 공명하는 건축에 집중해왔다. <건축가의 숨>은 관객을 침묵으로 초대하고, 나아가 숨결에 몰입할 것을 권하는 전시다. 전시 공간 내부와 정원에는 돌과 흙, 테라코타, 대나무, 끈 등 건축 소재로 제작한 작품을 설치했다. 자연적인 질감의 구조물과 조각 작품이 주위 환경과 이질감 없이 어우러진다.
일시 4월 21일까지
장소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문의 fondationcartier.com

이광호, ‘Untitled 4819-67’, 2023, Oil on canvas, 116×104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사진: 전병철.
사실주의 화가 이광호의 신작이 공개됐다. 국제갤러리가 개최한 개인전 <BLOW-UP>은 작가의 근작 65점에 집중한 전시다. 전시작은 그가 뉴질랜드 여행에서 발견한 케플러 트랙 인근의 습지 풍경에서 싹텄다. 전시실 안으로 들어서면 거대한 풍경화가 벽면 가득 펼쳐진다. 59점의 캔버스가 퍼즐처럼 합쳐져 선사하는 충격이다. 하지만 자유분방한 스트로크 때문일까. 가까이 다가가 캔버스를 들여다보면 꽃과 풀, 이끼는 간데없고 색과 선이 힘 있게 나부끼는 형상이다. 작가는 습지를 촬영한 사진 한 장을 확대한 뒤 60개 화폭으로 나누어 이 같은 연작을 기획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60개 캔버스 가운데 59개를 짜맞춰 벽에 걸고, 하나는 떼어내 반대 벽에 걸어 선보였다는 것.
일시 1월 28일까지
장소 국제갤러리 K1
문의 www.kukjegallery.com
더네이버, 라이프스타일, 전시&영화
EDITOR : 박지형PHOT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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