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자이너 지용킴.
제19회 삼성패션디자인펀드(Samsung Fashion & Design Fund, 이하 SFDF) 수상을 축하드린다. 수상자 발표 후에 기분이 어땠나? 패션을 공부하는 학생일 때부터 디자이너가 된다면 꼭 받고 싶었던 상이라서 다른 상을 수상할 때보다 더 기뻤다. 우리 팀원들도 엄청 좋아했다. 같이 고생하면서 브랜드를 이끌어왔는데, 이번 수상을 통해 지금까지 함께한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 감개무량했다. 어머니께서 울면서 전화하셨다. 얼마나 열심히 해왔는지 지켜보셨기에 울컥하셨던 것 같다.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니 나역시 뿌듯한 마음이 컸고, 어머니랑 통화하면서 같이 울컥한 마음이 들었다.
SFDF에 참여한 계기는 무엇인가? SFDF는 작년에 처음 지원했는데 파이널리스트로 끝나서 아쉬움이 컸다. 그래서 올해는 준비를 다 마친 상태에서 지원할지 말지 고민이 많았다. ‘수상에 대한 확신이 들었을 때 지원해야 하나 싶어서’ 팀원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안 될 수도 있다는 마음 때문에 포기한다고 생각하니 준비해온 것들이 너무 아까웠다. 수상 후에는 도전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디자이너 지용킴, 그리고 브랜드 ‘지용킴’에 대해 어떻게 정의하나? 세상에 없던 패션을 하고자 하는 브랜드다. 시간과 자연이 만들어내는 탈색 기술인 선블리치(Sun-Bleach) 기법을 중심으로 남성복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드레이핑을 활용해 컬렉션을 전개하고 있다.

SFDF 수상을 기념해 비어커 청담점에서 열린 지용킴의 전시.
지용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시그너처인 ‘선블리치’ 기법의 탄생 스토리가 궁금하다. 패션 신에 없는 새로운 형식의 브랜드를 탄생시키고 싶었고, 고민 끝에 선블리치라는 주제에 도달했다. 편집숍의 조명에도 옷의 색은 바랜다. 빛바랜 옷은 판매 가치가 떨어지는데, ‘이를 역설적으로 풀어내 새로운 미학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었다.
어떤 작업 과정을 거치나? 처음에는 시행착오도 겪었다. 햇볕이 잘 드는 곳에 작업 공간이 별도로 있는데, 오차 범위를 줄이기 위해 원단, 계절, 환경에 따라 무수히 실험했고, 데이터베이스를 모았다.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원하는 선블리치 디자인을 실현하려고 노력한다. 계절에 따라 선블리치 강도가 다르게 나타나는데, 성격이 급해서인지 햇볕이 쨍쨍한 여름에 작업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이런 작업 과정을 겪을 때면 농부나 과학자 같기도 하고, ‘우리가 재미있는 패션을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버질 아블로의 루이 비통, 르메르, 메종 미하라 야스히로에서 일했다. 지금의 지용킴이 있기까지 여러 디자이너와 브랜드에서 한 경험이 어떤 영향을 미쳤나? 디자인적인 면보다는 브랜드 시스템을 경험한 게 지금 브랜드를 전개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 팀원과 관계를 맺는 부분에서도 많은 영향을 받았고, 그동안 쌓은 경험과 취향이 브랜드를 운영할 때 크게 반영되는 것 같다.

스페이스 이수에서 열린 <JiyongKim Exhibition>에 전시된 작품들.
지난해 8월 공개한 지용킴의 2024 S/S 컬렉션은 어떻게 준비했나? 컬렉션을 준비할 때 특정 테마를 먼저 정하기보다 팀원과 각자 좋았던 경험을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 서로 영감을 주고받고 이를 작품으로 풀어낸다. 이번 시즌은 스페이스 이수에서 진행한 전시와 같이 준비했는데, 그동안 다양한 형태로 채집해온 모티프들을 담으려고 했다. 예전에 비닐 팩에 넣어 가판대에서 파는 기념품 티셔츠를 구매한 적이 있는데, 외부로 노출된 곳은 변색되고 안쪽으로 접힌 곳은 색이 그대로 유지되어 있었다. 이걸 작품으로 보여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이번 컬렉션과 전시에서 선보인 것처럼 티셔츠를 패킹한 그대로 선블리치했다. 뜯어보기 전에는 어떤 디자인으로 나올지 예측할 수 없는 재미있는 작업이었다.
<Recollective:25 guest rooms>, 성수 플라츠와 스페이스 이수에서 개최한 <JiyongKim Exhibition>까지 2023년 세 번의 전시를 진행했다. 팝업이나 프레젠테이션이 아닌 전시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지? ‘설명할 게 많은 브랜드’라는 평을 받아서이기도 하지만, 지용킴을 패션 브랜드로만 인식하는 게 안타까웠다. 패션 이상의 것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팝업보다는 ‘전시’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제품을 구매하는 방식도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팝업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행위가 아닌 ‘굿즈’를 만들어 전시회를 보고 난 뒤에 아티스트의 작품을 구매하는 행위가 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디자이너가 된 후 뜻깊은 순간이나 기억에 남는 일도 있었다면? 6~7년 전 메종 미하라 야스히로에서 일하고 싶다고 무작정 들어가 페이도 자리도 없이 어시스턴트로 일한 적이 있다. 근무 기간은 짧았어도, 그 후 SNS를 통해 미하라와 안부 인사를 주고받곤 했다. 그러다 최근 갤러리를 통해 메종 미하라 야스히로 전시에 초청받아 방문하게 되었다. 전시장에서 미하라와 마주쳤는데, 먼저 알아보시고 인사하셔 놀랐다. 전시 뒤풀이 현장에는 지용킴의 옷을 입은 분도 계셨고, 주변 분들이 먼저 미하라에게 한국의 디자이너로 소개해주셨다. 그의 밑에서 어시스턴트로 일했는데 이제는 디자이너로 소개되는 순간이 왔다는 것이 정말 뜻깊었다.

지용킴 2024 S/S 컬렉션.
지용킴에게 2023년은 어떤 해였나? 많은 것을 성취한 해였다. 결혼을 했고, 세 번의 전시와 SFDF 우승자라는 큰 성과도 거뒀다. 천천히 하고 싶은 방향대로 나아가면서 이렇게 좋은 계기로 대중에게 더 알려지게 되었고 많은 분들이 알아봐주셔서 엄청 뿌듯하고 감사한 한 해였다.
디자이너로서 지용킴은 어떤 사람으로 설명되었으면 하는가? 패션 신에 없던 것을 선보이고 발전시키면서 그 가치를 전하는 사람.
2024년을 시작하면서 새로운 목표는 어떤 것을 세웠나? 아직 극소수 인원으로 운영하고 있다.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이 자리까지 왔지만, 이제는 인원을 더 확충하고 브랜드의 내실을 다지려고 한다. 다양한 분야와의 협업에도 도전하면서 패션 브랜드에 국한되지 않는 작업을 하는 팀이 되고 싶다. 또 하나의 목표로는 패션쇼를 진행하고 싶다. 전시를 통해 작품을 선보여왔는데, 쇼와 전시를 접목한다면 지용킴만의 쇼를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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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김송이PHOT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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