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에디터가 뽑았다, 2023 올해의 콘텐츠

한 해를 돌아보는 12월, 매거진 에디터 21인이 각기 올해의 영상 콘텐츠를 선정했다. 극장 개봉 영화를 제외하고, 2023년 TV 방송과 OTT, 유튜브에 공개된 콘텐츠가 대상이다. 리스트를 살피고 나면 당신의 재생목록도 두둑해져 있을 것이다.

2023.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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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지적 할부지 시점> ep. 150 ‘우리 이제 함께 지내요’ 
by 유튜브 말하는동물원 뿌빠TV
사육사들의 친근한 말투와 귀여운 동물들을 두루 볼 수 있어 시청하는 내내 저절로 미소를 짓게 되는 뿌빠TV. 푸바오가 화제를 모으면서 바오들의 일상을 사육사 시점으로 담은 ‘전지적 할부지 시점’의 인기도 뜨거워졌다. 동물들이 사육사들과 나누는 교감, 우정, 사랑을 보노라면 그저 이들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다. 특히 올해 푸바오의 쌍둥이 동생 루이바오, 후이바오가 태어난 이후 꼬물거리는 쌍둥바오의 성장기는 마치 대리 육아하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하이라이트는 엄마 아이바오와 쌍둥이가 합사한 에피스드 150. ‘왕크왕귀’, 함께 모여 있으니 더더욱 사랑스럽다. 역시 귀여움이 세상을 구한다.
 
 
이영채 <더네이버> 편집장
어려서부터 <동물의 왕국>, <TV 동물농장> 등을 자주 보며 동물을 직접 키우지 못하는 갈망을 영상으로 해소했다. 보는 것만으로도 피로가 풀리는 느낌이랄까.
 
 
 

 

2 ‘청바지 잘 고르는 공식 총정리’ 
by 유튜브 앨리스펑크
각종 스타일링 팁을 알려주어 자주 찾게 되는 채널. 일반적인 브랜드 소개나 쇼핑 팁이 아닌 정말 사소한 팁을 낱낱이 알려준다. 최근에는 온라인에서 청바지를 살 때 사이즈에 맞게 주문하는 법을 정리해줬는데 정말 어디서도 듣지 못한 꿀팁이라 큰 도움이 되었다. 

 

성정민<스타일조선> 패션&뷰티 에디터
유튜브 팁 영상이나 브이로그를 통해 패션, 뷰티, 요리,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 

 

 

3‘Corps à Corps’ 트레일러
by 유튜브 Centre Pompidou
사심을 담아 내년 3월까지 퐁피두센터에서 열리는 <Corps à Corps> 사진전의 소개 영상을 꼽고 싶다. 퐁피두센터의 컬렉션, 그리고 프랑스 영화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마린 카미츠의 컬렉션을 기반으로 몸에서 몸으로 전승되는 사진의 관계와 사진 매체의 본질에 대해 탐구한 흥미로운 전시다. 전시 소개 영상은 (셔터를 누르는 순간 정지되는) 사진 매체가 지닌 강렬한 특성을 그에 맞는 사운드와 이미지 편집 효과를 배합해 빨려들 듯이 보게 한다. 단순하게 만들어진 듯 하지만 덜 것도 더할 것도 없는 영상이라 언급하고 싶다.

 

하도경 <월간미술> 기자
해외 유수 미술관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을 즐겨 본다. 미술관에서 제작하는 영상은 다룰 수 있는 방향이 비교적 한정적이라 한계가 있기 마련인데, 미술관마다 영상을 펼쳐내는 방식이 다양해 흥미롭게 보기 시작했다.

 

 

 

4 ‘2024 S/S 패션위크’ 브이로그 
by 유튜브 헤어트레블러
패션위크를 보면서 꿈을 키워온 사람으로서, 4대 패션위크는 내게 꿈이자, 일이자, 삶의 원동력이다. 그렇기에 광적으로 관련 콘텐츠를 샅샅이 봐왔지만 헤어 스타일리스트 시점에서 보는 패션위크의 모습은 정말 신선했다. 헤어 디자이너 ‘상추’는 패션계의 유명 헤어 디자이너 귀도 팔라우 팀 소속이다. 그래서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럭셔리 브랜드들의 백스테이지 현장을 생생하게 담았다. 특히 아무리 검색해도 찾지 못한 사라 버튼의 마지막 알렉산더 맥퀸 쇼 백스테이지까지. 아름다운 헤어 및 작품 같은 의상과 대비되는 스태프들의 우당탕 리얼한 모습을 보는 것 또한 소소한 재미다. 

 

윤대연 <더네이버> 에디터
하루에 유튜브와 릴스를 4~5시간 시청하는 영상 중독자. 패션쇼 라이브를 보며 즉각적인 이슈를 조명하고 이야기 나누는 게 취미다. 

 

 

5 애니마&크리스 아방가르드 ‘Eternity’ (애프터라이프 툴룸 라이브)
by 유튜브 Anyma
처음 영상을 봤을 때 영화의 한 장면인 줄 알았다. 거대한 대형 스크린이 설치된 야외 공연장에 수많은 관중이 모인 가운데, 스크린 안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음악에 맞춰 살아 있는 듯 움직이는 광경. 현실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미래적이고 비현실적이었다. 이 영상은 3D 애니메이터 알레시오 데 베키의 디지털 아트와 테크노 뮤직이 결합한 공연 실황으로 600만이 넘는 폭발적 조회수를 기록했고, 하반기 국내에서도 SNS를 통해 바이럴되었다. 영상을 보며 생각했다. ‘나는 미래에 살고 있는 것일까? 아니지, 미래에는 저 로봇이 화면이 아닌 실제 모습으로 등장하겠지’라고. 

 

강보라 프리랜스 에디터
미술 관련 유튜브를 많이 본다. 그중 해외 미술관 계정은 매우 소중하다. 직접 가보지 못하는 전시나, 아티스트의 인터뷰 영상을 훌륭한 퀄리티로 소개해준다.

 

 

6 ‘나마스떼 인도’ 시리즈
by 유튜브 삐까뚱씨
사실 대부분의 여행 콘텐츠에서 소비되는 ‘인도’의 이미지는 지저분하고, 복잡하고, 정신없는, 그야말로 ‘혼돈의 카오스’가 아니었나 싶다. 갠지스강의 성스러운 의식도 조금은 식상하게 다가온다. 그러나 유튜브 채널 ‘삐까뚱씨’의 주인공 브로디와 노아는 인도의 인스타그램 ‘갬성’ 핫플을 찾아다니고, 디자인 숍과 레코드 숍을 둘러본다. 샤워기 필터를 가지고 다니며 호텔마다 수질을 체크하고, 로컬 식당에서 밥도 쉬이 못 먹는 까탈쟁이지만 그게 바로 두 남자의 매력. 물론 보는 사람마다 시각 차이는 있겠지만, 나와 비슷한 시선을 지닌 평범한 모습 덕에 이들의 여행에 더욱 공감하게 된다. 적어도 기안84 스타일의 여행보다는 말이다. 마치 ‘톰과 제리’처럼 투닥거리는 입담과 귀여운 것을 보면 못 참는 ‘덕후’ 기질도 이 채널의 놓칠 수 없는 재미다. 어떻게 생각하면 뻔한 여행같지만 가장 현실적인, 요즘 세대의 여행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최신영 <더네이버> 패션& 디지털 디렉터
‘무릎 성할 때 한 곳이라도 더 가보자’는 마음으로 시간 날 때마다 여행을 다닌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사무실에 묶여 있는 마감 기간에는 여행 유튜브 채널을 통해 여행 갈증을 해소한다. 

 

 

 

7 <간니발>
by 디즈니플러스
서스펜스 스릴러와 오컬트 요소를 잘 배합한 수작이다. 마을의 지주인 고토 가문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이야기인 만큼, 점차 음침해지는 화면의 톤, 주술적인 음악, 좀비 같은 모습의 노인이나 비인륜적인 방식의 제사 등 장르적 정체성을 강화하는 요소를 한데 엮어 구현한 시노그래피가 높은 몰입도와 긴장감을 선사한다. 또한 니노미야 마사아키의 동명 만화를 실사화했다는 점에서 <간니발>은 올해 강세를 보인 만화 원작 드라마 <마스크걸>, <무빙>과도 궤를 같이한다.  특히 드라마 제작에 가타야마 신조 감독과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의 각본가가 참여해 원작과의 공통점과 차별점을 비교 분석하는 재미도 상당할 것. 일본 드라마의 큰 진입 장벽 중 하나인 과장되고 만화적인 연기와 연출을 최소화해 담백하며, 폐쇄적인 사회가 보여주는 비인간적인 병폐에 관한 비판의 메시지 또한 담겨 있어 다양한 시각으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이호준 <럭셔리> 피처& 리빙 에디터
오컬트적 요소와 서스펜스를 가미한 작품에 유독 시선이 간다. 여타 장르에 비해 높은 몰입도를 자랑하는 것이 주된 이유다.

 

 

 

 

8 <작은 불빛>
by 디즈니플러스
나치가 홀로코스트를 자행하던 1942년, 학살을 피해 다락방에 숨어든 유대인 가족이 있다. 바로 안네 프랑크의 네 식구다. 이들은 비밀 다락방에서 
무려 2년간 숨어 지냈다. <작은 불빛>은 이것을 가능하게 만든 다락방 밖 사람들의 이야기다. 오토 프랑크(안네의 아빠)의 비서였던 미프 기스와 동료들은 이웃을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위험을 무릅쓴다. ‘혐오의 시대’라 명명되는 2023년을 살아가는 당신 역시 누군가를 위한 다락방 밖의 친구가 될 수 있고, 되어주길 바란다는 따뜻한 권유가 이 드라마에 있다. 

 

김은아 <SRT매거진> 에디터
여행 매거진 에디터로 일하다 보니 출장이 잦다. 그러나 짧은 기간 안에 많은 일정을 소화하다 보면 그 도시와 낯을 가리다가 돌아오곤 한다. 이런 아쉬움을 덜기 위해 선택한 것이 출장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로 여행을 예습하는 것이다.

 

 

 

9 <무빙>
by 디즈니플러스
비장한 액션을 좋아하던 시절이 있었다. 어른이 되어보니 복수와 죽음을 반복하는 수레바퀴의 삶을 살아가는 인물의 이야기가 현실과 동떨어져서 웃기게 느껴졌다. <무빙>은 슈퍼히어로물의 국산화를 잘 구현한 작품이다. 굵직한 현대사를 억지로 엮지 않고, 소시민의 일상을 주축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점, 각 인물의 전사가 각기 다른 장르로 설정되어 시리즈를 다채롭게 만든다는 점, 여러 인물과 사건이 등장하지만 중심을 잃지 않고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점, 무엇보다 속도감 있게 이야기가 펼쳐진다는 점이 뛰어나다 하겠다. 매회 뜬금없이 등장하는 개그에도 점수를 주고 싶다. 

 

조진혁 프리랜스 에디터
액션 코미디를 좋아한다. 10분에 한 번은 웃겨야 함. 웃길 자신이 없다면 볼거리라도 화려해야 함. 볼거리와 유머, 흥미로운 서사는 밑반찬. 메인 요리는 몰입감 넘치는 빠른 전개. 

 

 

10 <반주의 방식> 시즌 2
by 웨이브
일본 드라마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맥주다. 퇴근 후 맥주 캔을 냉동실에 넣어두고, 샤워한 다음 꺼내 마시는 것이 나의 루틴이다. 일드에서는 맥주 마시는 장면이 여지없이 등장하고, 특히 주인공이 나처럼 집에 돌아와 시원한 맥주를 들이켜는 장면은 최애 그 자체. <반주의 방식>은 바로 그런 기쁨을 선사하는 드라마다. 주인공인 미유키에게는 ‘퇴근 후 맥주를 얼마나 맛있게 마실 것인지’가 가장 중요한 미션이다. 매일 아침, 출근 전 냉장고에 미리 잔을 넣어두고, 어떤 음식과 같이 먹을지 고심해 퇴근 후 장을 보고, 직접 요리해 반주를 즐긴다. 최고의 상태로 즐기기 위해 귀갓길 틈틈이 운동까지 할 정도로 맥주에 진심이다.  일이든 반주든 항상 척척 해내는 주인공의 모습에 괴리감이 느껴질 때도 있지만, 내 손에는 시원한 맥주가 있고 맥주는 맛있으니 넘어간다. 미유키처럼 우리도 오늘의 맥주를 내일로 미루지 말자. 특히 연말에는 더더욱.   

 

정경화 <행복이 가득한 집> 에디터
한국 드라마는 각 잡고 봐야 한다면, 일본 드라마는 편안하다. 기본적으로 삼삼한 재미가 있다. 한 회 30분 정도의 부담 없는 분량에 딴짓하면서 봐도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는 것이 장점.

 

 

 

11 영화 <열두 달, 흙을 먹다>
by 네이버 시리즈온
얼마 전 절친한 친구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친구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생채기가 너무 심해 몇 달을 두문분출했다. 그러던 어느 날, SNS 피드로 잘 지내고 있음을 알리면서 위로를 받았다는 영화를 소개했다. 초반에는 <리틀 포레스트>의 할아버지 버전쯤으로 보인다. 그러다 영화가 중후반부로 갈수록 죽음의 이야기로 바뀐다. 대사 중 “선불교에서는 모든 집착은 허세라 일컫는다. 태어날 때부터 죽음은 함께하니 주어진 대로 살아야 한다고 이른다”는 말이 마음에 와닿는다. 아름다운 일본 산촌을 배경으로 한 영화로, 사계절 밭에서 갓 수확한 채소로 만든 정갈한 음식의 등장에 침이 꼴깍 넘어간다. 언젠가는 우리 모두 겪어야 하는 이야기를 진지하지 않은 위트로 풀어낸 점이 마음에 든다. 

 

박명주 <메종 마리끌레르> 편집장
자연 다큐멘터리, 실화를 바탕으로 한 내용, 배경이 아름다운 영상, 인테리어가 아름다운 영화, 살아가는 데 배움을 주는 콘텐츠를 즐겨 본다.

 

 

 

 

12 <성난 사람들(비프)>
by 넷플릭스
평범한 일상, 익숙한 인물과 관계를 완전히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도록 만드는 작품이 좋은 콘텐츠라 생각한다. 인간은 세상 만물에 고정관념을 갖고 있다. ‘아시아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순종적이다’, ‘똑똑하다’, ‘인내심이 좋다’, ‘영어가 서툴다’ 등등. ‘로드레이지’ 사건에서 시작되는 <비프>는 그동안 드러나지 않은 아시아인 이민자의 분노를 조명한다. 다채로운 성격과 상황, 사회적 지위를 부여받은 인물들은 한결같이 분노를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다른 인종 사람에게는 아시아인의 새로운 면이 보였을 것이다. 게다가 다양한 한국계 배우들과 쇼 러너 이성진 감독을 비롯한 아시아계 제작진이 머리를 맞대고 완성한 이야기라는 점이 와닿는다. 실은 백인 중심의 제작진이 구상했다는 모 편의점에서 펼쳐진 이야기는 아시아인의 끝없는 ‘폭로’를 부르며 쇠락했으니까.   

 

류가영 <보그 코리아> 피처 에디터
소설을 읽는 것처럼 긴 여운을 남기는 드라마 장르를 선호한다. 드라마틱한 사건이 펼쳐지지 않더라도 생각할 거리와 토론할 거리가 넘치게 주어지기 때문이다.

 

 

 

 

13 <아파트 이웃들이 수상해> 시즌 3
by 디즈니플러스
<아파트 이웃들이 수상해>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세 인물이 팀을 이뤄 살인사건을 조사하는 미스터리 시트콤이다. 두 중년 남성 찰스, 올리버와 한 청년 여성 메이블, 그러니까 스티브 마틴, 마틴 쇼트, 셀레나 고메즈라는 기묘한 조합이 신선하거니와 한 시즌의 중심이 되는 사건의 전말도 흥미롭다. 코미디와 미스터리 중 무엇도 놓치지 않고 전개하는 힘이 대단하다. 그래서인지 올해 공개된 시즌 3에는 무려 메릴 스트립과 폴 러드가 주요 역할로 출연했다. 브로드웨이 연극 무대를 배경으로 한 시즌 3에서 회당 30분 남짓의 길지 않은 러닝타임 내에 우리는 인물들의 호감 가는 면과 약한 면, 추한 면을 모두 목격한다. 동시에 그들을 사랑했다 의심하고 다시 사랑하게 된다. 더구나 메릴 스트립이 뮤지컬 배우로 출연한 덕에 그가 노래하는 장면에서 즐거움이 더욱 커진다. 무엇보다 나이와 세대, 성별을 초월한 3인방의 우정은 새로운 공동체를 향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박지형 <더네이버> 피처 에디터
미국 드라마 가운데 시즌이 긴 시트콤과 수사물을 애호한다. 내가 아끼는 TV 시리즈는 긴 시즌에 걸쳐 인물들을 서서히  사랑하게 만든 뒤에 그 세계 속으로 시청자를 끌어들인다. 영상을 재생함으로써 그들의 친구이자 동료로 지낸 시간을 사랑한다. 

 

 

 

 

14 <나는 솔로> 16기
by SBS플러스·ENA
“경각심을 가지세요”, “테이프 깔까?” 등의 유행어를 남긴 <나는 솔로> 16기는 영원히 우리 마음속에 남을 것이다. 전 기수를 다 챙겨 본 사람으로서 늘 말하지만, <나는 솔로>는 연애 프로그램이 아니라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다. 시작은 방자(광수)를 사랑한 춘향(옥순) 때문이었다. 춘향이 방자를 좋아하기 시작했고, 자신감에 찬 방자를 지켜보던 감초들이 자신의 생각이 사실인 양 말을 보태며 드라마를 썼다. 게다가 독보적 캐릭터 상철·영숙의 환장 로맨스까지. 인간 밑바닥에 있는 본능과 판타지가 아닌 현실 연애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덕에 우리는 그들과 함께 울고 웃었다. 16기가 남긴 것만은 분명하다. 우리 역시 누군가에게 빌런일 수 있다는 것.

 

박진명 <피치 바이 매거진> 에디터
도파민 중독자. 특히 사회문제를 고발하는 다큐멘터리와 범죄 반전 스릴러물은 꼭 함께 봐야 하는 장르라고 생각한다.

 

 

 

15 <텍스 멕스 모터스>
by 넷플릭스
총 8화로 구성된 일종의 다큐멘터리 시리즈다. 자동차 엔지니어, 마케터, 세일즈맨 등 여러 전문가가 팀을 이루어 오래된 차를 복원하고 되파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저렴하게 차를 구하기 위해 흥정하는 장면에선 <전당포 사나이들>이 떠오르고, 멋지게 복원한 차를 타고 미 서부 사막을 질주하는 장면에선 <분노의 질주> 시리즈가 떠오른다. 영상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자동차의 역사나 엔지니어링에 대한 공부가 되는 것도 장점이다. 300달러에 산 고물 차를 뚝딱뚝딱 새 차처럼 만들어 100배가 넘는 가격에 파는 걸 보면 ‘아, 나도 저 사업이나 해볼까?’라는 생각마저 든다. 클래식 카나 자동차 복원, 중고차 거래 등의 관심사가 이 시리즈에 집약되어 있다. 

 

박호준 <에스콰이어 코리아> 피처 에디터
자동차나 스포츠 관련 영상을 즐겨 보고, 모터스포츠도 좋아한다. ‘취미는 취미로 남겨둘 때 가장 즐겁다’라고 말하는데 나는 좀 다르다. 일도 취미도 즐겁게 하는 게 최고니까.

 

 

 

16 <온스테이지>
by 네이버문화재단
록을 좋아하는 친구는 <온스테이지>를 아꼈다. 힙합이나 재즈, 전자음악을 좋아하는 친구도 마찬가지였다. <온스테이지>는 네이버문화재단이 2010년 시작한 공연 영상 서비스로, ‘숨은 음악, 세상과 만나다’라는 슬로건 아래 더 알려져야 할 음악과 뮤지션을 소개해왔다. 나는 <온스테이지>를 통해 모르던 음악을 만났고 알던 음악을 한결 구체적으로 사랑하게 되었다. 특히 촬영 공간 선정이나 시각효과 면에서 실험적인 시도가 돋보였던 초기 콘텐츠는 음악이 어떻게 다른 예술과 결합하는지, 그럼으로써 얼마나 생경한 감각을 일깨우는지 새삼 깨닫게 했다. <온스테이지>는 올해 11월 업데이트를 종료했다. 빛을 품은 음악가들을 유행이나 장르와 상관없이 호명해온 <온스테이지>와의 헤어짐이 무척 슬프고 씁쓸하지만, <온스테이지>가 있어서 참 좋았다는 말을 먼저 하고 싶다. 

 

김유영 <디자인프레스> 에디터
무언가에 완전히 몰입한 사람을 보면 멋지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좁혀 말하자면 음악에 푹 빠져서 움직이는 이의 모습이 가장 멋지다. 

 

 

 

17 <국가수사본부> 
by 웨이브
<국가수사본부>가 범죄 다큐멘터리의 지평을 넓혔다고 생각한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미처 방영하지 못한 뒷이야기, 범죄 현장 안팎의 팩트를 중심으로 시리즈물을 구성한 성실성이 돋보인다. 범죄가 지닌 태생적 자극점과 이것을 작품화하는 과정에서 개입되는 연출이라는 요소가 거리감을 줄 때도 있으나, 지금 이곳에서 벌어지는 면면을 기록해두는 일은 소중하다. <국가수사본부>, 그리고 비슷한 결의 또 다른 시리즈 <악인취재기>가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 

 

김은희 <지큐 코리아> 피처 에디터
다큐멘터리를 의식적으로 편애하고, 드라마는 태어나 보니 자연스레 입혀진 배냇저고리처럼 현대 문명인으로서 무의식중에 호흡하는 장르다. <더 크라운>과 <마인드헌터>의 다음 시즌을 고대 중이다.

 

 

 

18 <풀 스윙>
by 넷플릭스
정사보다 야사, 표면적인 이야기보다는 숨겨진 이야기를 좋아한다. <풀 스윙>은 나 같은 사람을 위한 골프 콘텐츠다. 사실 골프 경기의 선수들을 보면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 그들에게 골프는 침착과 평정, 집중과 집념의 산물이다. 하지만 골프를 쳐본 사람은 안다. 샷 하나에 골프채를 집어던지고 싶고, 입 밖으로 욕을 내뱉고 싶은 마음을 말이다. <풀 스윙>은 세계적인 골프 선수들이 대회를 준비하는 모습과 그들의 심정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우승에 목말라 초조해하는 모습, 노장 선수가 세월에 맞서 경쟁하는 모습, 골프를 위해 삶의 나머지 부분을 희생하는 모습 등을 목격할 수 있다. 그만큼 이 시리즈는 접근하기 어려웠던 선수에게 한발 더 다가가게 해준다.  

 

김선관 ‘에디테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평소 축구, 골프, 야구, F1 영상을 챙겨 보고, 스포츠 예능도 섭렵한다. 아무리 열심히 봐도 몸은 아프지 않고 승부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으니 더할 나위 없는 장르다. 

 

 

 

19 <나우 앤 덴> 
by 디즈니플러스
존 레넌의 미공개곡이자 비틀스의 마지막 신곡인 ‘나우 앤 덴(Now and Then)’은 발매를 포기한 노래였다. 음질 문제가 가장 큰 이유였는데, 2022년 인공지능을 활용해 존 레넌의 음성을 추출하며 이를 해결했다. 2분 26초쯤 등장하는 슬라이드 기타 솔로는 뜻밖에도 조지 해리슨의 연주가 아니다. 
그에 대한 헌정을 담은 폴 매카트니의 연주다. 또한 놀랍게도 비틀스를 재결합한 인물은 결국 오노 요코였다. 불과 12분 분량의 다큐멘터리 
<나우 앤 덴>을 보면 이 모든 이야기를 알게 된다. 밴드에서 좋은 음악을 만드는 일은 결국 ‘케미스트리’ 영역이라는 사실도. 

 

정인호 월간 <디자인> 기자
음악, 영화, 건축, 디자인 등 문화·예술 분야의 다큐멘터리를 즐겨 본다. 때로는 영화적 작법이나 기술보다 주제에 대한 깊숙한 애정이 훌륭한 작품을 탄생시키는 것 같다. 결과물이 다소 투박할지라도.

 

 

 

 

20 <핵 마이 홈: 공간을 늘리는 리모델링>
by 넷플릭스
비포&애프터의 극적 반전이 집 꾸미기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가장 큰 매력이다. 이 경우 카리스마 넘치는 전문가 1인이 등장해 그의 진두지휘 아래 공간이 변신하는 것이 정석. 하지만 <핵 마이 홈>은 조금 다르다. 마치 애니메이션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서 네 감정이 한 인격체를 완성하듯, 네 방면의 전문가가 출연해 의뢰인 가족에게 가장 필요하고도 완벽한 공간을 만들어준다. 시공 전문가, 물리학&로봇공학 전문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디자이너. 네 명의 아이디어와 기술이 결합하면 작은 공간을 훨씬 넓게 사용할 수 있는 신박한 인테리어가 완성되는 것. 움직이는 벽을 설치해 수납과 공간 분리를 한 번에 해결하거나, 조립 가구를 제작해 공간 활용도를 높이는 등 어디서도 보지 못한 기상천외한 해결책을 확인할 수 있다. 나 역시 좁은 주택에서 부부와 세 아이가 함께 살다 보니 늘 수납과 공간 분리가 고민이었는데, 창의력을 좀 더 발휘해야겠다는 의지가 바로 발동했달까!  

 

심효진 <리빙센스> 편집장
공간미가 돋보이는 콘텐츠를 선호한다. 아무리 흥미로운 드라마라도 세트가 아름답지 않으면 스토리도 완성도도 세련되게 느껴지지 않는다. 

 

 

 

 

21 <어른 김장하>
by MBC 경남
이 다큐멘터리는 올해의 좌우명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전국 방송을 하기에 이르렀고, 영화로도 개봉했다. 다큐멘터리는 경남 진주에서 ‘남성당한약방’을 운영해온 김장하 선생의 궤적을 따라간다. 선생의 직업은 한약사지만, 사람들은 그를 ‘어른’이라고 부른다. 가진 것을 사회와 전부 나눈 그의 삶은 어른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어른다운 어른을 찾아보기 어려운 시대에 ‘어른 김장하’의 삶이 무겁게 다가왔다. “아무도 칭찬하지도 말고 나무라지도 말고 그대로 봐주기만 하라고 말하고 싶다”는 선생의 말을 다시 품어본다. 

 

허윤선 <얼루어 코리아> 피처 디렉터
업무상 배우 촬영이 많아 OTT 중독자에 가까운 삶을 살고 있다. 일 때문에 보는 건지, 일 핑계로 보는 건지. 드라마를 보는 틈틈이 다큐멘터리를 챙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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