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프리즈가 끝나도 전시는 계속된다

‘서울 아트 위크’의 공식 행사는 끝났지만, 아트의 열기는 10월까지 이어진다. 각 갤러리가 야심 차게 준비한 전시를 놓치지 말 것.

2023.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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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Katharina Fritsch, ‘Hand’, 2020, Plaster and acrylic paint, 4.8×11.8×17.5cm. ©the artist, DACS. Photo ©Ivo Faber. Courtesy of White Cube. (오른쪽) Tracey Emin, ‘The Next Journey’, 2023, Acrylic on paper, 70×100cm. ©Tracey Emin. All rights reserved, DACS 2022. Photo ©White Cube (Theo Christelis)

 

화이트 큐브
<영혼의 형상>

개관 소식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던 화이트 큐브의 서울 지점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화이트 큐브의 글로벌 아트 디렉터 수잔 메이가 기획한 첫 전시에서는 물질과 정신의 관계를 탐구한 작품 17점이 어우러진다. 여성 작가 7명이 회화, 조각, 드로잉 등 다양한 매체로 제시한 육체의 형상이 한자리에 모였다. 카타리나 프리치가 자신의 손을 본뜬 조각 ‘Hand’는 사실적인 디테일과 초현실적인 소재의 조합이 기묘하고도 어쩐지 불편한 감각을 일으킨다. 화이트 큐브와 떼놓을 수 없는 작가 트레이시 에민이 암 진단과 수술 이후 느낀 감정을 생생하게 표현한 최근작도 만날 수 있다. 루이스 지오바넬리의 회화는 1970년대 영화 속 가톨릭 영성체를 받는 여성의 이미지를 포착했다. 화면을 채운 긴장은 종교적 환희일까 에로틱한 황홀경일까. 그 모호함에 주목해보자. 이 밖에 크리스틴 아이 추, 마르게리트 위모, 이진주, 버린드 드 브렉커의 작품이 흰 공간을 채우고 있다. 전시는 12월 21일까지 이어진다. 

 

AI가 부상한다는 소식을 듣자 그것이 인류에 어떤 위협이 될 것인가라는 물음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인간을 AI와 구분하는 특징은 무엇일까? 창의성, 지성, 감성 같은 성질일 것이다. 그리하여 예술의 목적은 인간적인 특성을 표현하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전시를 준비하며 아리스토텔레스의 에세이에서 직접적인 영감을 받았다. “영혼은 몸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아이디어에서 착안해 작품을 구성했다. 전시에서 손, 발, 머리, 혈관, 심장, 피부 등 다양한 모티프를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수잔 메이(화이트 큐브 글로벌 아트 디렉터)

 

 

 

아니쉬 카푸어 스튜디오 전경, 2017. ©Anish Kapoor. All rights reserved DACS/SACK, 2023. Courtesy of Kukje Gallery. 

 

Anish Kapoor, ‘In Between’, 2021, Oil, fibreglass and silicone on canvas, 244×305×62cm. ©Anish Kapoor. All rights reserved DACS/SACK, 2023. Photo by Dave Morgan. Courtesy of Kukje Gallery.

 

국제갤러리
<Anish Kapoor>

영국 현대미술의 거장 아니쉬 카푸어의 개인전이 10월 22일까지 국제갤러리에서 열린다. 물질을 활용해 비물질성을 탐구해온 작가의 조각과 최근 집중하는 매체인 회화를 두루 선보인다. K3에는 공중에 떠 있는 듯한 거대한 조각, K2에는 피와 살, 장기 등을 연상시키는 입체 회화 작품이, K1 안쪽에는 ‘블랙홀 다음으로 우주에서 가장 어두운 암흑’이라 불리는 반타블랙 안료를 사용한 작품, 그리고 입구 전시실에는 구아슈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어떤 순서로 감상할지는 관람객의 자유다. 입구에서 출발하면 점진적으로 감정이 고조되는 경험을, 가장 안쪽 전시실에서 시작한다면 대폭발 이후 공허를 향해 다가가는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Lawrence Weiner, ‘CAREFULLY BALANCED ON THE EDGE OF A HOLE IN TIME / 시간 속 구멍의 가장자리에 조심스레 균형 잡힌’, 1999, 언어 + 언어가 가리키는 재질, 가변 크기, Just Linde 컬렉션 소장. Courtesy of APMA. Photo by K2 Studio.

 

아모레퍼시픽미술관
<LAWRENCE WEINER: UNDER THE SUN>

“예술가는 작품을 구상할 수 있지만 그 작품은 만들어질 수도 그러지 않을 수도 있다.” 개념미술의 선구자 로렌스 위너의 선언을 거칠게 요약한 문장이다. 언어를 재료로 개념적인 조각을 제시한 로렌스 위너의 개인전을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다. 2021년 타계 이후 첫 대규모 회고전이다. 작품의 존재보다 아이디어가 중요하다고 주장한 작가지만, 넓은 전시장에서 작품을 크게 마주하니 특별하다. 몇몇 작품은 작가의 철학에 따라 한글 버전도 나란히 배치해 몰입감을 높였다. 언어 조각 47점 외에 드로잉, 포스터 작업과 아카이브, 영상 자료를 함께 전시하고 있어 로렌스 위너의 작품 세계를 폭넓게 접할 기회다. 전시는 2024년 1월 28일까지.

 

 

 

구정아, ‘Density’, 2023, Polyamide, paint, wood, magnetic levitation device, 126.3×43.6×60.8cm. Courtesy of the artist & PKM Gallery.

 

PKM 갤러리
<공중부양>

세계를 유랑하는 작가 구정아의 국내 네 번째 개인전이 진행 중이다. 다양한 도시와 관계 맺으며 매체를 넘나드는 역동성을 보여준 그는 이번에도 다채로운 작업을 선보인다. 먼저 본관에서는 공중에 떠 있는 조각 ‘Density’와 새로운 ‘Seven Stars’ 회화 연작을 만날 수 있다. 전시실 가운데 놓인 바위 형태의 조각은 2019년 AR로 구현한 작업을 발전시킨 결과물로, 감상자를 순식간에 비일상의 공간으로 데려다 놓는다. ‘Seven Stars’ 시리즈 역시 2020년 작업의 연장선으로, 이전 작품이 어둠 속에서 발광한 것과 달리 신작은 어스름하게 드러나며 빛에 가려진 별을 연상시킨다. 작가의 전작을 기억한다면 새로운 시리즈를 보는 재미가 클 테니 10월 14일까지 기회를 놓치지 말 것. 별관인 PKM+에는 2개 층에 걸쳐 단순하고도 활기찬 드로잉이 이어진다. 

 

 

 

(왼쪽) Sarah Morris, ‘Eastman Kodak’, 2023, Household gloss paint on canvas, 152.5×152.5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Gallery Hyundai. Photo by Tom Powel Imaging. (오른쪽) Sarah Morris, ‘Dragon Eye [Black Pine]’, 2023, Household gloss paint on canvas, 165.3×122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Gallery Hyundai. Photo by Tom Powel Imaging. 

 

 

갤러리현대
<Pinecones and Corporations>

도형으로 구성한 기하학적 패턴, 밝고 선명한 색상, 매끈하게 처리된 표면.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작가 사라 모리스가 현대사회의 특성을 드러내는 장치다. 도시 환경과 시장의 작동 방식, 권력 구조에 주목해온 작가의 개인전이 갤러리현대에서 10월 8일까지 개최된다. <솔방울과 기업>이라는 제목처럼 전시작은 ‘솔방울’로 대표되는 자연의 유기물과 ‘기업’으로 나뉜다. 두 주제는 무관해 보이지만 작가에게 둘의 구조는 유사하다. 기업에도 유기체와 다름없는 순환 구조가 내재해 있기 때문이다. ‘이스트먼 코닥’, ‘인더스트리얼 뱅크’를 비롯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으로 알려진 일본의 건설 회사 ‘곤고구미’ 등 특정 기업의 이름을 붙여 주제를 강하게 드러내기도 했다. 평면 작업 외에 각각 파리, 아부다비, 오사카를 조명한 영상 작품 세 편도 상영한다. 

 

 

 

 

 

 

 

 

 

더네이버, 라이프스타일, 전시

CREDIT

EDITOR : 박지형PHOT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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