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교토에서 ‘돔 페리뇽 로제 빈티지 2009’ 출시를 알리고, 2022년의 결실을 소개하는 ‘레벨라시옹 2023’이 진행되었다. 노을과 푸른 어둠이 내려앉은 풍경을 바라보며 자연의 경이로운 창작에 집중한 그날의 기억.
2023.09.25
푸른 어둠이 내린 저녁에 시작된 솔로 테이스팅. 헤드폰을 통해 흐르는 음악을 들으며 돔 페리뇽 2022 빈티지로 출시될 베이스 와인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다. © Harold de Puymorin
와인에 대한 궁금증은 병에 붙은 라벨을 찬찬히 읽는 것만으로 어느 정도 해소된다. 이름과 지역, 품종 등이 명기된 라벨은 어느 지역에서, 누가, 어떤 품종으로 만들었는지를 통해 대략의 맛과 향을 짐작하게 하는 힌트인 셈. 여기에 빈티지는 좀 더 세밀하고 특징적인 킥을 선사하는 결정타가 된다. 발아부터 수확, 배합까지 15개월을 기다린 후 다시 최소 8년 이상 숙성시켜 출시하는 돔 페리뇽 빈티지라면 향을 맡는 것부터 한 모금 입안에 머금고 부드럽게 넘기는 마지막까지, 그해의 특징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6월의 교토, 오래된 사원 쇼군즈카 세이류덴이 돔 페리뇽 로제 빈티지 2009의 출시를 알리고 2022년의 결실을 소개하는 ‘레벨라시옹 2023’을 경험하는 장으로 꾸며졌다. 셰프 드 꺄브, 벵상 샤프롱(Vincent Chaperon)이 밝힌 돔 페리뇽의 올해 창조 의도는 ‘물질에서 빛으로’. 자연의 원료를 발전시켜 찬란하게 빛나는 샴페인을 끌어내는 과정을 표현한 것으로, 여러 아티스트가 2022년의 창작 과정을 기록한 사진, 아트 작품, 사운드 등을 모아 쇼군즈카 세이류덴 내부에 전시했다.
전시를 둘러본 후에는 교토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대로 자리를 옮겼다. 탁 트인 하늘이 붉게 물들고 점차 푸른 어둠이 짙어지는 시간, 길게 늘어선 스탠드 앞으로 한 사람씩 서자 돔 페리뇽 병을 한 손에 높이 든 스태프들이 줄지어 들어왔다. 8년의 시간이 흐른 다음 2022 빈티지로 출시될 베이스 와인을 처음 접하는 순간, 헤드폰을 통해 흐르는 선율과 함께 돔 페리뇽과 교감을 나누는 솔로 테이스팅의 시간은 그야말로 시공을 초월하는 특별함을 선사했다. 올해는 숙성 전 와인 아상블라주 외에도 즉흥적인 창작을 통해 얻은 뜻밖의 결과물 앵프로비사시옹 2022를 처음 선보여 관심을 모았다.

1 교토의 오래된 사원 쇼군즈카 세이류덴. © Harold de Puymorin 2 이번 행사를 통해 돔 페리뇽 로제 빈티지 2009를 처음 공개했다. © Harold de Puymorin

3 12년의 셀러 숙성을 거쳐 탄생한 돔 페리뇽 로제 빈티지 2009. 4 혁신적 사토야마 퀴진을 선보이는 나리사와 요시히로 셰프와 돔 페리뇽 셰프 드 꺄브 벵상 샤프롱. © Harold de Puymorin 5 나리사와 요시히로 셰프는 자연에 대한 경의를 담아 지속 가능한 친환경 미식을 선보인다. 자라, 산채나물, 캐비아로 만든 페어링 메뉴. © Sergio Coimbra
테이스팅 노트를 통해 온난건조하고 일조량이 많았던 2009년의 여름을 언급한 벵상 샤프롱은 돔 페리뇽 로제 빈티지 2009를 “과일의 신선함을 온전히 누릴 수 있을 뿐 아니라 마실수록 깊이가 느껴진다”고 강조했다. 약 12년 동안 셀러 숙성을 거쳐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돔 페리뇽 로제 2009는 피노 누아의 미세한 아로마는 물론 샤도네이의 섬세함, 광물 향, 라즈베리, 무화과, 딸기, 체리까지 다채로운 아로마가 응집되어 정점을 이루었다. 균형미와 크리미한 질감, 과실의 신선한 풍미가 어우러진 돔 페리뇽 로제 빈티지 2009를 가리켜 벵상 샤프롱은 ‘자연과의 대화를 담은 와인’이라고 소개했다. “혹독했던 초겨울, 비가 잦았던 봄, 폭풍우가 연이어 찾아온 여름까지 순탄하지 않았던 2009년은 8월에 접어들어 5주 내내 일조량이 풍부해지면서 포도의 상태가 탁월하게 되었습니다. 강렬하면서도 가볍고, 힘이 넘치면서도 절제된 과실의 풍미가 인상적이죠.”
사람 역시 자연의 일부라는 돔 페리뇽의 철학과 궤를 같이한 페어링 메뉴는 야생화, 흙, 나무껍질 같은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혁신적 사토야마 퀴진을 선보이는 나리사와 요시히로 셰프가 합을 맞추었다. 산, 숲, 강, 호수, 바다까지 일본의 지형을 활용한 재료와 맛, 프레젠테이션까지 완벽한 조화를 이룬 나리사와 요시히로 셰프의 요리는 실험적이면서도 이색적인 메뉴로 오감을 즐겁게 했다.
벵상 샤프롱의 자신감 넘치는 표현처럼 돔 페리뇽 로제 빈티지 2009는 힘 있으면서도 절제된 매력이 공존하는 샴페인이다. 음식이 나오기 전 온전히 샴페인에 집중할 때는 강렬한 버블과 톡 쏘는 듯한 베리의 풍미가 미각을 일깨웠다면 육류와 채소, 해산물까지 다채로운 식재료를 활용한 요리들과 줄지어 페어링할 때는 샴페인 본연의 힘을 빼고 요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서포트하는 면모가 돋보였다. 디너를 마치고 다시 숙소로 돌아가는 길, 돔 페리뇽 로제만의 탁월한 풍미가 오랜 여운으로 남은 것은 자연을 담은 시간의 힘 때문이 아니었을까 되새겨본다.
더네이버, 라이프스타일, 와인
EDITOR : 이영채PHOTO :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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