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면증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현대인이 늘어나고 있다. 잠들기 어렵거나, 쉽게 잠들지 못하거나 휴식을 취하지 못하는 상태를 특징으로 하는 수면장애 중 하나인 불면증은 일과성·급성·만성 불면증처럼 여러 형태로 나타날 수 있어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불면증을 유발하는 주원인은 스트레스와 불안이다. 심한 스트레스나 불안은 수면 패턴을 교란해 깊고 편한 잠을 이루기 어렵게 한다. 또 우울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양극성 장애 같은 정신 건강상의 질환도 불면증 발병률을 높인다. 이렇듯 불면증은 심리적·정신적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의외로 생활 방식이나 습관에 의해서도 발생한다. 대표적인 것이 불규칙한 수면, 과도한 카페인 섭취, 취침 전 스마트 기기 사용, 운동 부족, 알코올 섭취, 흡연 등이다. 또 다른 원인은 신체적 질병이다. 만성 통증, 호흡기 질환, 신경계 질환 또는 호르몬 이상 같은 기저 질환의 증상 중 하나로 수면장애가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신체적으로 허약할 때 잠이 쉽게 들지 않는데, 수술 후 회복기에 수면장애를 앓는 이유다.


수면 위생은 건강하고 질 좋은 수면을 취하는 일련의 행위와 습관을 가리킨다. 이는 수면의 질과 양을 향상시키고, 생활 습관과 환경 요소를 최적화해 수면의 질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준다. 수면 위생의 제1 원칙은 일관된 수면 패턴과 일정한 수면 시간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생체 리듬을 체계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규칙적인 수면 시간을 정하는 것이다. 가능한 한 매일 일정한 시간에 잠들고 일어나도록 노력해야 하는데, 잠드는 시간이 일정하지 않아도 일어나는 시간만큼은 지켜야 더 효과가 있다. 주말에 몰아서 늦잠을 자는 건 수면 부채를 줄이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수면 패턴을 규칙적으로 유지하는 데는 방해된다.
편안한 수면 환경도 대표적인 수면 위생에 속한다. 가급적이면 암막 커튼으로 빛을 완전히 차단한 어두운 공간이 좋고, 서늘한 온도와 적당한 습도, 편안한 침대와 침구도 갖춰야 한다.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라벤더 계열 아로마 캔들이나 디퓨저를 사용하는 것도 좋다. 아로마테라피 효과뿐 아니라 ‘이제 편안한 잠에 들어간다’는 신호를 주는 리추얼로도 추천한다.
수면 위생을 위한 생활 습관 중 중요한 것이 스마트 기기 사용이다. 화면의 블루라이트가 수면을 방해하니, 잠자기 한두 시간 전에는 사용을 자제한다. 스마트 기기 대신 목욕 같은 수면 전 루틴을 만들어보는 것도 바람직하다. 다만 뜨거운 물은 교감신경을 자극해 오히려 잠을 깨울 수 있으니 물 온도를 미지근하게 할 것. 그 밖에 수면 전 루틴으로 도움을 주는 것은 책 읽기, 명상, 호흡, 음악 감상, 일기 쓰기다. 이런 것들은 루틴을 만들어주기도 하지만,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데도 효과가 있다.
반면 자기 전에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무거운 식사, 과도한 알코올 또는 카페인 섭취, 그리고 운동이다. 알코올은 잠이 드는 데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궁극적으로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고 의존에 빠질 수 있어 불면증 환자라면 삼가야 한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편안한 잠으로 이끄는 카모마일 티와 발레리안 루트 티를 추천한다. 운동과 신체 활동은 당연히 도움을 주지만, 수면 시간에 너무 임박해서 과격한 운동을 하면 교감신경을 자극해 다시금 각성이 일어나므로 저녁 식사 후 가벼운 산책 정도가 적당하다.

대표적인 수면장애 약물은 졸피뎀 계열의 수면 유도제다. 졸피뎀은 중추신경계의 수용체인 ‘GABA(Gamma-Aminobutyric Acid)’ 수용체에 결합해 신경 전달 물질인 GABA의 작용을 증폭시켜 뇌 활동을 억제하고 수면을 유도한다. 복용 시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 주로 수면 시작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처방되지만, 심각한 부작용으로 가장 많은 논란을 일으키는 약이기도 하다. 술에 취해서 필름이 끊긴 것처럼 기억이 손상되거나 수면 중 이상 행동 장애가 나타나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수면 중 자동차 운전, 급작스러운 식사, 전화 통화, 심지어 건물에서 떨어지는 일까지 있을 정도. 그뿐만 아니라 장기간 복용하면 의존성이 발생하며 갑작스러운 중단은 불안, 흥분, 공황 같은 생리적·정신적 금단 증상을 초래한다.
여러 가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졸피뎀을 대신할 수면제가 등장하지 않았다. 수면제 시장에 새로운 변화가 인 건 지난해 5월. 신개념 불면증 치료제 ‘큐비빅’이 미국 FDA 승인을 마치고 판매되기 시작한 것이다. 스위스 제약사 이도르시아가 개발한 큐비빅의 주성분은 다리도렉산트인데, 각성을 촉진하는 신호 전달 물질인 오렉신의 신호 전달을 방해하는 방식으로 불면증을 완화한다. 졸피뎀이 뇌 활동을 억제해 수면을 유도한다면, 다리도렉산트는 각성을 방해하고 제거해 수면으로 이끈다. 이 신약은 부작용 없이 불면증을 치료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미국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며, 유럽에서도 승인이 떨어진 상태다.
항우울제도 수면장애 시 자주 처방되는 약물이다. 우울증과 불면증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우울증은 불면증을, 불면증은 우울증을 초래한다. 특히 우울증이 불면증의 원인일 때는 우울증부터 치료해야 하고,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불면증 환자는 자신이 긴장하고 있음을 알지 못하거나, 스스로 긴장과 각성을 풀지 못할 때가 많다. 그때 인지행동요법(Cognitive Behavioral Therapy for Insomnia, CBT-I)을 통해 이완하는 법을 훈련하고, 근육의 긴장도를 측정해 필요한 만큼의 이완에 도달했는지 체크하는 것이 해결법 중 하나다. 수면에 어려움을 주는 사고와 행동을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둔 인지행동요법은 수면 제한, 자극 통제, 이완 훈련, 인식 변조 같은 다양한 기법을 이용해 건강한 수면 습관을 형성하고, 수면을 방해하는 심리적 요인을 다룬다. 비약물 치료 중 효과가 가장 좋다.

정말 쉽게 실천할 수 있으면서 효과는 수면제보다 좋은 해결책이 있다. 그건 현실적인 걱정이나 고민을 비현실적인 것으로 돌리는 것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광민은 “잠을 가장 방해하는 건 현실적인 생각입니다. 우리의 뇌는 자신과 관련된 현실적인 생각을 매우 중요하게 여깁니다. 그래서 뇌를 다시 각성시키죠. 현실적인 생각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모두 각성을 일으킵니다. 그중 불면을 악화시키는 가장 나쁜 생각은 바로 ‘자야지, 못 자면 어떡하지’입니다. 반면 비현실적인 생각은 다른 반응을 일으킵니다. 공상을 하다 보면 뇌는 어느덧 긴장을 풀고 이완에 들어가죠. 잠자리에서 넷플릭스나 유튜브, 티빙 등 OTT 채널을 켜고 방송에서 나오는 다른 이야기에 귀 기울이면 생각을 비현실적인 것으로 옮길 수 있습니다. 다만 스크린의 불빛이 멜라토닌 분비를 방해할 수 있으므로 보는 것보다는 듣는 걸 권합니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우리가 잠에 대해서 착각하는 게 있다”고 한다. 하나는 ‘못 자면 큰일’이라는 것과 다른 하나는 ‘눕자마자 15분 안에 잠들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우리 몸은 못 자도 그리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수면 부채 때문에 밤에 못 자면 낮에 잠깐이라도 잠드는데, 그 짧은 잠만으로도 몸은 어느 정도 회복된다. 또 입면 시간은 30분에서 1시간 사이가 정상이다. 너무 조급하게 잠들려고 하면 불안이 가중되고 불면증에 지배될 수 있다.

최근 불면증이나 심리치료와 관련해 미국 언론에 나온 기사 중 최면요법에 대한 내용이 부쩍 많아졌다. 팬데믹의 터널을 지나면서 많은 사람이 불안, 우울, 불면에 시달렸다. 그 와중에 다양한 치료법이 제시되었는데, 유독 최면요법이 각광받는 이유는 뭘까? 그건 뇌과학의 발전으로 오랫동안 미지의 영역이라 여기던 최면과 무의식의 작용에 대한 연구가 진일보한 덕이다. 실증적인 것을 좋아하는 서구 사회는 이제 검증된 이론을 바탕으로 최면을 자기 발전과 웰빙을 위해 편하게 활용하기 시작했다.
최면요법은 깊은 이완 상태라고 할 수 있는 최면 상태에서 전통적인 상담을 진행하는 치료법이다. 최면 상태는 무의식에 다가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최면요법을 바탕으로 한 마인드 테라피인 ‘RTT(Rapid Transformational Therapy)’의 한국 최초 테라피스트이자 국제 공인 최면 치료사인 원더마인즈의 프레데릭 정 대표는 이렇게 설명한다. “최면을 통해 접근하는 무의식의 영역은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하는 부분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다양한 정신적·신체적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무의식이 열릴 때 우리 마음은 새로운 제안을 더 쉽게 받아들이는데, 이는 원하는 변화를 더 쉽고 빠르게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원하는 목적지에 빨리 가려고 자동차를 타는 것과 같은 이치죠.”
RTT는 영국의 심리치료사 마리사 피어(Marisa Peer)가 개발한 혁신적 심리치료법이다. 개인 맞춤형 최면요법을 기반으로 과학적으로 입증된 여러 치료법을 활용해 무의식으로부터 기억과 트라우마를 탐구하고, 잠재의식으로부터 내면의 자원과 능력을 발견한다. 그 원리는 매우 간단하다. 어떤 문제든 근본 원인을 알면 해결책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것. 프레데릭 정 대표는 “우리를 힘들게 하는 문제의 대부분은 살면서 우리 마음이 만들어낸 믿음 때문에 생긴 거예요. RTT는 문제의 근본 원인을 빨리 찾아낸 후 자신을 괴롭히는 잘못된 믿음을 스스로 바꿀 수 있도록 돕습니다”라고 말한다. 뇌가 활동과 경험을 통해 자기 스스로 재설계할 수 있다는 ‘신경가소성’이라는 원리에 바탕을 둔 과학적 접근법이다. 숙련된 RTT 테라피스트는 상담자를 깊은 이완 상태인 최면 상태로 이끌고, 대화를 통해 무의식에 갇혀 있던 불면의 근본 원인으로 다가간다. 어쩌면 별거 아니었을 원인을 마주 보게 하고, ‘불면은 공포’라는 잘못된 믿음을 바꿀 수 있도록 해준다. 무의식은 거대한 잠재력을 갖고 있는데, RTT는 바로 그곳에서 답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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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AHN NARIAN
더네이버, 뷰티, 불면증 클리닉
EDITOR : 이영진PHOTO : 김도윤,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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